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찬 바람이 불면 패션계가 다음 해 봄여름 옷을 미리 준비하듯이 방송계에도 때가 되면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 이벤트들이 있다. 언뜻 떠오르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중계가 있고, 정치적으로는 전 국민의 관심이 한데 쏠리는 선거 방송이 있다.

선거방송을 언제부터 준비하느냐는 방송사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인력 여유가 좀 있다면 선거 1년여 전부터, 그렇지 않더라도 몇 달 전부터는 선거방송단을 꾸려 생방송 채비에 나선다. 물론 이 팀은 선거 방송 콘셉트 설정부터, 그래픽, 무대 디자인, 영상 제작, 출구조사 의뢰, 생방송까지 선거와 관련된 모든 것을 총망라한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방송 제작진에게 '선거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인가?' 묻는다면 '60초 카운트다운 영상'이란 대답이 많을 것이다. 보통 투표 종료와 동시에 공개되는 출구조사 발표는 시청자의 시선이 가장 쏠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방송단은 치열한 아이디어 회의와 사내 공모 등을 통해 '60초의 승부'에 대비한다. 먼저 이 60초를 잡는 쪽이 시청률의 승자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픽 디자인도 선거방송에선 생명 같은 존재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수준 높은 기술이 만나 펼쳐지는 그래픽들은, 지루한 개표 중계를 하나의 잘 만들어진 예능 프로그램처럼 느끼게 해준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인기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선점하고, 외국의 애니메이션까지 샅샅이 뒤져 캐릭터를 섭외하는 전쟁을 벌인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물량 공세를 펼 수 없다면 '사람'에 집중하는 방송사도 있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해설을 해주는 것이다. 화려한 그래픽은 좀 모자라더라도 전문가의 예리한 분석이 지루함을 덜어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선거 몇 달 전부터 전문가의 실력을 검증하고, 사전 섭외를 해 두는 등 '사람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

앞으로 다가올 가장 가까운 선거는 내년 4·15 총선이다. 아직 반년이나 남았지만, 방송 제작진은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선거방송 준비에 마음이 바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