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객들 사이에도 잘 알려진 뉴욕의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 피터 루거〈사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가 '갈 필요가 없다'는 최악의 평가를 내렸다. 1887년 개업한 피터 루거는 볼프강, 킨스(혹은 BLT)와 함께 한국 관광 안내 책자에서 '뉴욕의 3대 스테이크 하우스'로 소개돼 있다.

29일 뉴욕타임스 음식평론가 피터 웰스는 "피터 루거는 한때 지글지글 달아올랐지만, 지금은 (연료가 다 돼서) 쉭쉭거린다"면서 악평을 쏟아 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이후 피터 루거가 명성에 비해 꾸준히 질이 하락했다며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결제 시스템, 종업원의 불친절, 긴 대기 시간 등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맛에 대한 평가는 훨씬 신랄했다. 웰스는 "점심은 피터 루거 주방의 일관성 결여를 명백히 보여준다. 내 옆 테이블에 앉은 두 명은 미디엄 레어 버거를 시켰는데, 하나는 안은 금방이라도 핏물이 뚝뚝 흐를 것 같은 선홍색에 표면은 새카맣게 탄 고기를 받았고, 다른 하나는 속이 갈색으로 완전히 익었다. 저녁 메뉴 역시 뉴욕 최고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하기엔 거리가 멀다"고 평했다.

또 "새우 칵테일은 케첩과 고추냉이 소스에 빠뜨린 차가운 고무 맛이 나고, 시저 샐러드는 흐물거린다. 프라이는 그럭저럭 바삭하지만 안은 무미건조한 맛이 난다"면서 "돈을 내고 나갈 때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피터 루거에 누가 꼭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무도 없다'다"라고 총평했다. 점수 역시 '제로 스타'를 매겼다. NYT 음식 리뷰는 최저 별 0개부터 최고 별 4개까지 5개 등급이다.

NYT의 리뷰가 나간 뒤 푸드 블로거와 고객들의 목소리가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전 뉴욕 양키스 투수 필 휴스도 트위터에 '피터 루거에 대해 NYT의 평가대로 느낀 지 꽤 오래됐다'고 썼다.

NYT의 음식평론가는 뉴욕 레스토랑 업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번 피터 루거에 대한 평을 쓴 웰스는 2012년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명소였던 '가이스(Guy's) 아메리칸 키친 바'에 '제로 스타'를 매겼고, 얼마 뒤 이곳은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