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라이프쇼'가 열리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변에는 쇼핑도 즐기고 가을 정취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가족·연인·친구들이 함께 찾아와 한나절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우선 개최 장소인 DDP부터가 시간을 들여서 둘러볼 가치가 충분한 명소다. 미래적인 건축 설계로 알려진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유작으로 위용을 자랑한다. 대칭과 비례 개념을 깨는 비정형 디자인, 직선을 뺀 유선형 디자인을 감상해보자.

범위를 조금 더 넓힌다면 더 많은 즐길 거리가 펼쳐진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를 강타한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올해는 패션·라이프·식품 모든 분야에서 뉴트로 콘셉트가 단연 인기였다. 이에 세월을 입고 낡아가던 동대문 주변이 패션·문화·맛집 트렌드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DDP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동묘앞역 1호선 3번 출구 근처 구제·벼룩시장은 '코리안 할배룩' '동묘 아재 스왜그(swag·힙합의 멋)' '아재가르드(아재+아방가르드)'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동네다. 등산복, 배바지, 허리춤에 찬 전대(纏帶), 어깨 폭과 옷깃이 커다란 1990년대 스타일 양복 등을 이곳 '도깨비 시장'에서 판매한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대세'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30)는 동묘 일대 중·장년 남성의 패션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과감한 원색 컬러, 등산복 상의와 정장 바지의 믹스&매치, 허리까지 끌어 올린 하이웨이스트가 인상적"이라고 썼다. 동묘 시장으로 향하기 전에 DDP 주변 롯데피트인, 헬로apm, 밀리오레, 두타 등 복합 의류 쇼핑몰에 들른다면 K패션의 현재를 구경할 수 있다.

가을 날씨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한양도성 박물관 주변으로 가서 서울성곽 산책에 나서보자. 서울성곽 낙산 구간에 위치한 한양도성 박물관은 여유가 있다면 내부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 성곽길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면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DDP의 건축 디자인에 흥미를 느꼈다면, 장충동 방향으로 내려가 경동교회를 찾아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모든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말한 한국 현대 건축의 아버지 김수근의 작품이다. 중세 고성을 연상케 하는 비밀스러운 벽돌 건축물이 DDP와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 마치 UFO(DDP)를 타고 시간을 건너뛰어 수도원(경동교회)으로 이동한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DDP 주변에는 맛집이 워낙 많아 선뜻 일부만 추려 추천하기 어렵다. 차라리 이럴 때에는 너무 유명해져버려서 언제부턴가 찾지 않았던 추억의 명소에 다시 찾아가보는 것도 특별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튀김 만두와 어묵, 계란, 양배추, 파, 쫄면 등을 떡과 함께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 동네인 '신당동 떡볶이타운'에선 복고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에서 닭 한 마리를 푹 끓여 먹는 것도 으슬으슬한 날씨에는 제격이다. 탕수육의 '찍먹·부먹' 논쟁만큼이나 닭한마리 냄비에 '김치·고추·마늘 양념'을 얼마만큼 넣을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냄비 앞에서 '다대기' 논쟁을 벌이다보면 금세 닭 육수가 맛깔나게 우러나와 있을 것이다. 장충동 '평양면옥'은 심심한 육수 맛과 평양식 만두, 제육과 편육을 즐기기 좋은 노포다. 이곳에서는 평양냉면에 '식초·겨자·가위' 사용 여부를 놓고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광장시장에서 빈대떡, 꼬마 김밥이나 넷플릭스 '길 위의 셰프들'에 나온 칼국수를 맛보는 것도 좋은 코스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하철로 2정거장 떨어진 을지로3가역 근처 '만선호프'로 이동하면 밀레니얼 세대가 온통 점령한 채 노가리를 찢는 모습에 '문화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