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서 내려 마곡중앙로를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연구단지가 나타난다. LG그룹 연구·개발(R&D) 인력 2만2000여명이 모이는 LG사이언스파크다. 1990년대까지 논밭으로 비만 오면 진흙밭이 됐던 마곡은 LG사이언스파크가 들어서면서 첨단 연구단지로 탈바꿈했다. 업종이 다른 계열사가 한곳에 모여 대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를 조성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다양한 계열사들이 한곳에 모여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창의적 발상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는 공간이다. 구광모 ㈜LG 대표는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만2000여명 R&D 인력 한곳에
4조원을 투자한 LG사이언스파크는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111만여㎡(약 33만7000평) 규모로 20개 연구동이 들어섰다. 연면적 기준으로 여의도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지금은 8개 계열사 연구 인력 1만7000여명이 일한다. 내년에는 2만 2000여명으로 늘어난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그룹의 주력 사업인 전자·화학 분야의 연구와 함께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자동차 배터리·부품 등 신성장 사업, 로봇·인공지능·5G 등 미래 사업 분야 연구를 진행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공통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AR·VR 분야 기술을 우선 육성할 계획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연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대규모 3D프린트실, 물성 분석 장비 등 첨단 장비와 연구실을 한곳에 모은 '공동실험센터', 소속 회사와 상관없이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해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연구단지 설계 또한 엔지니어 활동에 최적화했다.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일직선 대로와 연구동을 연결한 지하 1층 통로, 연구동 사이를 이어주는 공중다리 등은 다양한 전공과 기술 분야 연구원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한다.
◇열린 세미나, 인사이트 강좌도…
지난해 4월 LG사이언스파크가 문을 열고 난 이후부터 LG가 연구원 1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열린 세미나는 지금까지 50여 차례 열렸다. 참여 연구원은 1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한 달에 세 번꼴로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진행했고, 각 계열사에서 평균 30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했다. 열린 세미나는 단순히 강의를 듣는 수준을 넘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LG 계열사 간 역량을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는 자리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7월 LG전자가 진행한 '2018 LG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날(SEED)'은 개발자의 인공지능 관련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열렸지만,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진 연구단지 내 다른 계열사 연구원까지 참석해 노하우를 공유했다. 60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해 인공지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박만수 LG사이언스파크 오픈이노베이션 실장은 "계열사 간 역량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중소 스타트업과 협업도
LG는 LG사이언스파크를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한 개방형 R&D 생태계의 중심지로 육성해가고 있다. 개방형 R&D를 통해 LG사이언스파크는 마곡 R&D산업단지 전체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글로벌 기업이 공동 연구를 위해 찾는 융·복합 R&D 클러스터로 키워가겠다는 계획이다. 마곡 R&D산업단지는 100여개의 혁신 기업이 밀집해 있어 활발한 공동 연구가 가능하며, 김포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이 근접해 해외 기업과 네트워크 강화에도 유리하다. LG 관계자는 "외부와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협업을 통해 계열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