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93) 여왕이 직접 등장한 장면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007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가 버킹엄궁에 들어가 여왕을 구출해 함께 헬기를 타고 주경기장에 나타나는 설정이었다. 사전에 영상을 제작〈사진〉해 실제 모습과 영상을 섞어서 연출했다.
개막식의 이 장면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성사됐다고 한다. 지난 25년간 여왕의 의상을 담당한 패션디자이너 앤절라 켈리(62)는 29일(현지 시각) 발간한 '동전의 이면: 여왕과 재단사, 그리고 옷장'이라는 책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켈리가 올림픽 개막식 참석 시나리오를 보고하자 즉시 승낙했다고 한다. 켈리는 "왕실 에티켓을 위반한 것이었지만 여왕은 흔쾌히 출연을 승낙했다"고 회고했다. 당초 대니 보일 촬영감독은 여왕이 거절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역을 쓸 생각이었다. 여왕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제임스 본드가 나를 구출해야 하고, 내 대사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켈리가 "굿 이브닝 제임스"와 "굿 이브닝 본드씨"의 2가지 안을 들고 갔는데, 여왕은 "굿 이브닝 본드씨"를 선택했다.
켈리는 여왕이 입는 의상을 제작하는 과정도 소개했다. 1841년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레이스 가운을 재현할 때의 이야기다. 그는 레이스 하나하나를 요크셔 차(茶)에 담가 염색하고, 몸통 부분과 소매 등 각 부위가 만들어질 때마다 여왕에게 보여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