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스산한 날씨에 자연스레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이 끌린다.
한국은 늦가을과 초겨울로 접어들지만, 남반구는 이제 막 뜨거운 여름을 앞둔 탓이다. 가벼운 마음만큼 가볍게 짐을 싸고 그대로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 꼬박 11시간 반 만에 뉴질랜드 오클랜드(Auckland)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 첫 일정은 북섬 타우포(Taupo)다. 타우포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등장한 도시로 바다를 닮은 타우포 호수가 유명하다. 타우포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로 겉으로 드러난 면적만 616km²를 넘는다. 물이 워낙 맑고 깨끗한 덕분에 1급 청정수에만 서식하는 송어 등 어류가 풍성하고 낚시꾼도 자주 출몰한다. 참고로, 타우포에서는 초당 22만L의 물을 쏟아내는 후카 폭포(Huka Falls)를 빼놓을 수 없다. 흰색 물이 광음을 내며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경관은 평온했던 마음을 일순간에 흔든다. 만약 더 가까이에서 폭포를 느끼려면 제트보트 이용을 추천한다.
혹스베이(Hawke's bay) 부근 네이피어(Napier)는 세계 아르데코의 수도로 독특한 테마가 돋보인다. 아르데코는 1920~1930년대를 대표하는 미술 양식 중 하나로 직선미와 실용성 그리고 공업형 이미지를 강조한다. 신기하게도 네이피어는 아르데코가 전성기를 맞았던 1930년대의 어느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킨다. 오래된 빈티지 자동차를 타고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과 디자인, 포스터 등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경험은 사뭇 신기하다.
19세기 매력에 취해있다가 코끝을 찌르는 유황 냄새에 눈을 뜨니, 어느덧 로토루아(Rotorua)다. 로토루아는 뉴질랜드 북섬의 중앙, 로토루아 호수와 타라웨이 산을 끼고 있는 세계적인 온천 도시로 즐길 거리 천국이다. 먼저, 폴리네안 유황 온천은 천장이 뚫린 노천탕에서 하늘의 달과 별을 친구 삼아 피로를 푸는 기본 코스다. 테 푸이아(Te Puia)는 땅에서 열기와 수증기가 솟구치는 포후투 간헐천(Pohutu Geyser)과 항이 음식, 마오리 민속 공연까지 로토루아 여행의 정석으로 불린다.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s)은 반딧불이 체험 성지로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기이한 종유석과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별처럼 반짝이며 동굴 안을 빛내는데, 마치 우주 공간에 떨어진 비행사처럼 몽환적 분위기에 심장이 쿵쾅거린다.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Queenstown)으로 향했다. 뉴질랜드 남섬을 대표하는 퀸스타운은 세계적인 휴양지 겸 액티비티 수도로 일정 내내 짜릿한 설렘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케이블카, 스카이라인 루지, 번지점프, 공중그네, 크루즈, 수상 레저 체험까지 퀸스타운에서는 지루할 틈이 없다. 아무 걱정 없이, 눈앞의 풍경을 곱씹으면 끝이다.
퀸스타운을 대표하는 액티비티는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투어다. 퀸스타운 도심에서 4시간이나 떨어져 지루하지만, 이동 내내 입이 '떡' 벌어지는 자연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면 호머 터널이 나온다. 호머 터널은 밀퍼드 사운드로 가는 유일한 입구로 무려 20년에 걸쳐 완공됐다. 자연보호를 이유로 조명 하나 없는 암흑 같은 터널을 통과하자 드디어 밀퍼드 사운드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밀퍼드 사운드는 약 1만2천 년 전 지질활동으로 주위 산과 협곡이 1,000m 이상 수직으로 깎이면서 바다로 흘러든 피오르 지대다. 크루즈를 타고 빙하와 바다 생물 등을 관광하는데, 출발 즉시 산신령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바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다. 히트작은 최고 높이인 보엔 폭포(Bowen Falls)와 거대한 물보라를 쏟아내는 스털링 폭포(Stirling Falls). 스털링은 폭포수를 맞으면 10년만큼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배가 빨려 들어가듯, 폭포에 가깝게 붙는데 이때,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폭포 아래서 물세례를 맞는다. 믿거나 말거나, 덩달아 폭포수에 몸을 맡겼다.
어느덧 뉴질랜드 여행도 막바지다. 우울한 기분은 하늘 끝까지 치솟은 마운트 쿡(Mount Cook)의 위용에 이내 사라졌다. 하늘의 아버지와 땅의 어머니가 만났다는 신성한 산. 마오리족은 마운트 쿡을 '아오라키(Aoraki 구름을 꿰뚫는 자)'라 부르며 마음 깊숙이 존경심을 표한다. 마운트 쿡은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 인물인 힐러리 경이 등반 연습을 한 뉴질랜드 만년설이다. 등산, 하이킹, 트레킹, 스키, 별자리 관측까지 다양한 레저 활동이 가능하다. 초심자도 간단한 트레킹은 충분하며 전문가 동반 시 빙하 탐험이나 헬기투어까지 소화할 수 있다.
마운트 쿡 주변 또 다른 명물은 테카포 호수(Lake Tekapo)다. 산에서부터 흘러온 빙하 수가 섞인 에메랄드빛 호수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호숫가에는 선한 목자 교회와 양치기 개 동상이 있는데,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는 '뉴질랜드 속 영국'답게 건축물뿐 아니라 도심 곳곳에서 유럽의 향이 난다. 현지인들은 좁은 시냇물에서 유유자적 펀팅(뱃놀이)을 즐기고 골목마다 오래된 서점과 카페, 개성 있는 부티숍,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무엇보다 정원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을 가야 한다. 보타닉가든은 해글리 공원(Hegley Park)의 30%를 차지하는 뉴질랜드의 허파로 사계절 내내 푸른 나무와 숲, 각종 식물과 꽃을 피운다. 굽이굽이 흐르는 에이번 강 물줄기와 끊임없이 펼쳐지는 초록 정원에서 아쉬웠던 여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겨울이 지나고 새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수도 웰링턴(Wellington)
비자 전자여행허가증(NZeTA) 필요
비행시간 직항 기준 11시간
시차 한국보다 4시간 빠름
공용어 마오리어, 영어
화폐 뉴질랜드 달러(1NZD= 750,94원)
전압 230V~ 240V, 50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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