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찾은 울산 남구 신정동 울산노동복지센터(한노총 울산본부 회관) 1층 외국인 쉼터는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와 협탁, 화장실 말고는 별다른 편의시설이나 운영 프로그램, 인력도 없었다. 지난 7월 문을 연 센터는 현재 한노총 울산본부가 2층부터 5층까지 본부와 산하 노조 사무실로 쓰고 있다. 6층에는 대강당이 있지만 아직 일반 시민이 대관한 적은 없다.

울산시는 2017년 5월 시비 70억원을 들여 연면적 1851㎡,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센터를 지었다. 지난해 5월 착공해 지난 7월 준공했다. 2014년 당초 울산시가 회관 건립 계획을 세울 당시엔 한노총과 민노총 울산지부가 함께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2016년 양대 노총이 각각 회관을 요구하면서 불발됐다.

2018년 취임한 민선 7기 송철호 시장은 민노총 울산지부의 요구에 따라 민노총에도 남구 삼산동 일원에 노동화합회관을 지어주기로 했다. 여기에도 시비 70억원이 들어간다. 2020년 하반기 착공, 2021년 준공 예정이다. 지난 9월 시의회의 공유재산 관리계획 심의를 통과해 예산 편성을 앞두고 있다.

울산시는 최근 2년간 처음으로 지방채 13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내년에도 지방채 6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인 만큼 재정 상태가 열악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시는 양대 노총이 노동복지센터를 함께 쓰도록 협의나 설득을 거치지 않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별도 회관을 요구하는 노조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그런 얘기는 꺼낼 수도 없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2016~ 2020년 17개 시·도가 한국·민주노총에 준 지원 예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울산시 노조 지원금은 2016년 2억6300만원에서 지난해 32억6700만원으로 늘었다. 증가율 1200%로 전국 1위였다. 예산 폭증 원인은 양대 노총의 건물 신축 때문이었다. 한노총 노동복지센터 재건축 예산은 2017년 200만원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지난해 30억400만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32억8000만원으로 늘었다. 민노총 노동화합회관 재건립 예산 역시 올해 2700만원이 들어갔고 내년에 2억7000만원, 이후 70억원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결국 울산시는 양대 노총 회관 신축에만 140억원을 쓰는 셈이다.

이런 노조 회관 관련 예산 투입은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충북 한노총 근로자복지관 신축 사업에는 2020년까지 총 77억900만원이 들어간다. 그중 20억원이 국비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 한노총 청사 리모델링에는 27억9300만원이, 대구 한노총 근로자종합복지관 개·보수에는 25억3600만원이 투입된다.

'노조 예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야당 지적이다. 경기·경남·광주·부산·전남 등 8곳 지자체 한노총 지부는 '모범 근로자 포상' '간부 연수'를 명목 삼아 노조원들 '해외 연수'를 나랏돈으로 지원했다. 2016~2020년 35억원 규모다. 지원금으로 업무용 차량을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 전남 한노총은 지난해 5000만원을, 광주의 양대 노총은 2017년 1억7000만원을 썼다. 경남 한노총은 '경남 근로자 일제강제동원 연구조사 및 유적화 사업'에 2018년 4000만원을 집행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지원 사업에 국고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지역 노·사·민·정 협력 활성화 사업'에 1억5000만원, 대구시는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사업'에 11억4200만원의 국비를 집행했다.

민노총에 대한 국가·지자체의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충북도는 지난해부터 민노총에 4억3000만원을 주면서 지원을 개시했다. 서울시는 내년 민노총 서울본부 사무실 리모델링 등에 세금 7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 자체 지원으로는 역대 최대액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민노총 사무실 관련 지원액은 1억여원이었다.

현재 민노총을 지원하지 않는 강원·경북·대전·세종도 단체장과 지방 의회 결정 등에 따라 예산이 편성될 수 있다고 추경호 의원은 밝혔다. 야당에선 "노조가 내미는 '촛불 청구서'에 대한 국민 세금 지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