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특수활동비 뇌물 의혹 재판에 28일 출석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증언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5시쯤까지 비공개로 진행되던 재판은 오후 5시 15분쯤 공개로 전환됐다.
원 전 원장은 2010~2011년 김 전 기획관을 통해 2억원을,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10만 달러(약 1억500만원)를 특수활동비로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받았다. 이 중 2억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 10만 달러는 뇌물수수 혐의가 각각 유죄로 인정됐다.
이 전 대통령은 원 전 원장에게 예산을 받은 것을 알고 있었다는 김 전 기획관 진술의 신빙성을 지적했다. 애초 원 전 원장에게 특활비를 요구한 적이 없고, 김 전 기획관에게 특활비를 상납받은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적으로 왜 그렇게 됐을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있다"면서 "아닌 것을 (왜) 있는 것처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이미 국정원 2억원 문제는 임기 중 2번이나 받았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지시한 것도 아니고 돈을 요청한 것도 아니다"면서 "일이 이렇게 되는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또 "나라를 위해 부끄럽지 않게 일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2억원 전달에 관여한 바 없으며, 10만 달러의 경우 자금 용도에 맞게 대북 업무에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 전 원장도 지난 3월 이 전 대통령 2심에 증인으로 나와 같은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전직 대통령이 타인의 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사례는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있다. 최 전 대통령은 1996년 11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항소심에 증인으로 구인돼 법정에 나왔지만 증언은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심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을 거부해 증언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