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시행 5년, 서점 수 줄고 책값 올랐다
"폐지해달라" 청원에 16만명 동의
도서정가제 반대 생태계 모임 출범…코엑스서 토론회
"없었다면 국내 출판시장 더 침체됐을 것" 반론도

이른바 ‘책통법(책+단통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도서정가제(定價制)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동네서점 폐업을 막고, 책값 거품을 잡겠다는 취지로 2014년 시행됐지만, 5년여간 동네서점 숫자는 줄고 책값은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도서정가제 5년, 서점은 줄고, 책값은 올라...대형 서점만 배불려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합니다’ 청원은 이날 오후 3시까지 16만여명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 마감일인 다음달 13일까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원인은 "동네서점 살린다며 시행한 제도인데, 동네서점은 줄고 책값은 올랐다"며 "이 정책이 도리어 독자들에게 책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썼다.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2014년 11월 시행됐다. 개정안은 정가의 15%(직접 할인 10%+포인트 등 간접할인 5%)로 책값을 제한했다. 규제 대상도 실용서와 발간 18개월이 지난 구간(舊刊)을 포함한 모든 도서로 확대했다. △소규모 서점·소형 출판사의 폐업 추세를 막고 △할인을 전제로 가격이 책정돼 책값에 거품이 형성되는 문제를 잡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5년 동안 동네서점은 더 줄어, 제도 실효성 지적이 나온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18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 서점 숫자는 2013년 2331곳에서 2015년 2116곳, 2017년 2050곳으로 2003~2017년 동안 14년 연속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도서정가제가 일부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만 배불리는 역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6대 온·오프 소매서점의 매출액은 1조8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6.6%(1122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142억원에서 지난해 404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69개 주요 출판사 매출액은 0.9% 올랐고, 영업이익은 7.4% 감소했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도서정가제가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겠다"며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소형 출판사 대표는 "도서정가제 이후 매출이 줄었고, 정가제 피해를 영세 출판사가 떠안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자본력이 있는 대형 출판사는 온라인 서점 등에 대규모 광고비를 쓸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해 출판 초기 가격 할인 이벤트나 사은품 행사로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도서정가제 탓에 사은품이 정가의 5% 이내여야만 해서 사실상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도서정가제 반대 모임 출범…"한계치 넘었다"

최근 업계에선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준비모임(완반모)’이 출범했다. 완반모는 "재고 누적으로 파산의 위기에 내몰린 중소 출판사들의 위기감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넘었다"며 "2020년 도서정가제 폐지를 앞두고 다시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것은 도서 생태계 전부를 공멸의 위기로 몰아갈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관련 토론회를 열고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할 예정이다.

도서정가제 규제를 현행보다 더 강화하는 ‘완전 도서정가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정반대의 견해도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연구소는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도서정가제가 없었다면 국내 출판시장은 지금보다 더욱 침체됐을 것"이라며 현행 15% 가격할인을 아예 없애는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2014년 ‘도서정가제와 도서소비자의 편익’ 보고서를 통해 "도서정가제를 채택한 주요국 책값은 비채택 국가보다 높다"며 "도서정가제의 또 다른 문제는 시장 위축의 가능성이다.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만 13세 이상 독서인구는 2015년 56.2%에서 2017년 54.9%로 감소했다.

도서정가제는 2014~2017년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법안이었지만, 출판계와 서점·소비자단체가 현행 제도를 3년간 더 유지하기로 해 2020년 11월까지 연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