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재임 881일)'가 된다.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연말연시 이 총리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법무부 장관 외엔 개각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여권에선 '이낙연 총선 차출론'이 힘을 얻고 있다. '대선 주자 여론조사 선호도 1위'라는 대중적 인기를 십분 활용해 총선에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재임 881일)'가 되면서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당 내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이낙연 차출론'도 나온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 총리가 지난 8월 29일 청와대 국무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대화하는 모습.

이 총리가 김황식 전 총리(880일)를 넘어 최장수 총리가 된 데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과 이 총리는 매주 월요일 오찬 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엔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저녁에 술을 겸한 비공개 회동도 자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가 고심이 깊어진 문 대통령에게 큰 심리적 위안을 주고 있다"고 했다.

여권 핵심부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국 사태 전만 해도 "문 대통령 다음 주자는 조국이나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대안으로 '이낙연 카드'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호남 출신으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친문+호남'은 물론 중도층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4선 국회의원에 전남지사를 지낸 이 총리의 가장 큰 무기는 '안정감'이다. 정책 이해도와 언변이 뛰어나 정부 내에선 '군기반장', 국회에선 야당에 맞서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해왔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에선 호남 지지율과 대일(對日) 외교 등을 위해 이 총리가 좀 더 남아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다른 총리 후보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4선의 김진표 의원, 여성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거론되지만 확실한 카드는 아니다. 외부 출신은 총리 검증·인준 과정에서 야당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선 총선에서 이 총리의 역할이 절실하다. 조국 사태 이후 이해찬 대표를 향한 비판이 커졌고, 일각에선 "이해찬 간판으로는 총선 못 치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총리도 '총선 역할론'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당이) 시키면 합당한 일을 하겠다"고 해왔다. 지난 7월엔 "여전히 제 심장은 정치인"이라고도 했다. 이 총리 측근인 여권 인사는 "올 연말쯤 청와대와 당이 협의해 이 총리에게 역할을 맡길 것"이라며 "총리 본인도 유력한 대선 주자임을 아는 만큼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이 총리가 서울 종로나 세종시 등 지역구에 직접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후보로 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총리 측 핵심 관계자는 "총선에 나서더라도 지역구 출마보다는 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지휘하는 상징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당에선 이해찬·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을 가장 바람직한 그림으로 본다"며 "이 대표가 경선·공천 국면을 관리하고, 이 총리가 본격 선거운동 국면에서 전국을 누비는 식"이라고 했다.

이 총리가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한다면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부족한 당내 입지를 확장할 수 있다. 그간 친문 핵심부에선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하지 않았던 이 총리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여권 내 주요 주자였던 조국 전 장관, 김경수 경남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가 검찰 수사 등으로 타격을 받았고, 유시민 이사장이 조국 관련 발언으로 여론의 반발을 산 상황에서 이 총리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올 초까지만 해도 총리가 여권 대표 주자는 아니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며 "대선까지 2년 이상 남았지만, 벌써 1년 넘게 지지도 1위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 출마 여부가 분수령"이라며 "호남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얼마나 극복할지도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