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나라(캐나다)에서 왔는데, 오늘 춘천 단풍은 그에 못지않네요."

27일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캐나다인 스티브 리스(56)씨는 춘천의 절경에 푹 빠진 듯했다. 그는 글로벌 IT 기업인 IBM에서 일하다가 최근 은퇴했다. "과거 사업차 한국을 찾았을 때 많은 분이 '춘천마라톤 코스가 매우 아름다우니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줬어요. 정말 말 그대로입니다."

춘천의 가을을 즐기려고 캐나다에서 한국을 찾은 스티브 리스(오른쪽)와 밸러리 머튼 부부가 완주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리스씨는 이번에 오로지 춘천마라톤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한국까지 너무 멀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2년 전에도 달리려다 훈련하다 다쳐서 못 뛰었다. 오늘 직접 달려보니 충분히 올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했다.

아내 밸러리 머튼씨도 함께 뛰며 춘천의 가을을 만끽했다. 둘은 프랑스·독일 등에서 풀 코스를 함께 뛴 '마라톤 부부'다. 리스씨는 "호수를 끼고 달리는 코스가 특색 있었고, 경사와 좌우 굴곡이 많아 매우 역동적이었다"고 했다. 부부는 "28일이 결혼 30주년인데, 의미 있는 장소에 와 기쁘다"며 "함께 결승선을 넘으며 유대감을 쌓는 게 마라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청주개인택시마라톤동호회의 줄임말인 '청개마' 회원들 43명도 이날 함께 달렸다. 모종근(54)씨는 "마라톤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려 손님들에게도 친절해지고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도 춘천마라톤 풀 코스를 뛰었다. 5시간11분41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 교수의 풀 코스 완주는 지난 7월 독일 퓌센 대회 이후 두 번째다.

34㎞ 지점에 설치된 '자유 발언대'에선 참가자들이 저마다 사연을 말했다. 광주에서 온 정환영씨는 "지금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내가 꼭 암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에 도전한다"고 했다. 강원 영월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박종성씨는 "아이들에게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했는데 한 번도 안 뛰어본 게 마음에 걸려 직접 나왔다"며 "뛰면서 계속 고비가 찾아오는 걸 보니 인생은 마라톤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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