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연설과 25일 교육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대학 입시에서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교육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입시의 구체 방법론까지 제시한 적은 거의 없다. 더 의아한 것은 대통령 발언이 교육부의 그간 입장과 상반된다는 점이다.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 국회 연설 하루 전만 해도 "수능은 '5지선다'라서 창의 교육과 배치된다는 의견이 있다"며 정시 확대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게다가 정시 확대는 '정시 축소, 수시 확대'의 대통령 공약과도 거꾸로다. 공약을 뒤집는 것이라면 정부 내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청와대, 정부, 여당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흔적이 없다. 좌파 교육감이 다수인 시·도교육감협의회도 "문제 풀이 중심의 수업을 낳게 된다"며 정시보다 수시를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권의 우군 세력인 전교조도 "밀실 논의로 결정된 교육 퇴행"이라며 반대했다. 수시 비중을 늘려야 교사들 입김이 커진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돌연 정시 확대를 들고나온 것은 최근 정치 상황과 관련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국 전 법무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 논문 1저자 등재, 엉터리 인턴 수료증 등이 드러나면서 현 정권을 '위선으로 똘똘 뭉친 불공정 특권 집단'으로 보는 국민이 많아졌다.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이 '스카이 캐슬' 수준의 기상천외한 입시 반칙들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악화된 여론을 방치하고서는 반년도 남지 않은 총선 전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최근 대입 여론조사를 보면 '정시 바람직'(63%)이 '수시 바람직'(23%)의 3배나 된다. 조국 스캔들로 이 여론은 더 강화됐을 것이다. 대통령은 선거에 마음이 쏠려 교육부 입장이 난처해지건 말건 독단적으로 정시 확대를 들고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정시 확대와 패키지로 발표한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수시 확대를 주장해온 전교조 달래기 성격도 있을 것이다. 교육에는 불평등 개선과 함께 인재 육성의 기능이 있는데 하나를 취하려고 다른 하나는 버리겠다는 것이다.

정시 확대도 나름의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정시 확대에 대해선 창의 교육 부실화, 교실 붕괴, 사교육 발흥 등의 역효과를 걱정하는 지적이 많다. 고도의 복잡 난제인 대학 입시를 문 대통령이 정파적(政派的) 유불리 관점에서 결정했다는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백년대계 교육정책을 눈앞의 난국 모면을 위한 방편으로 동원한 것이 된다. 국민이 깨어 있는 눈을 가져야 권력이 그런 일을 못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