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수면⋅감정 변화…"그동안 수고했다" 주변 정리하는 듯한 발언
가족⋅지인의 역할이 중요...우울감 2주이상 지속되면 병원 찾도록 해야

일러스트=이철원.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최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팬들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설리는 ‘악성 댓글’과 각종 루머 등으로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할 정도로 힘들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그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설리의 자택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괴롭다’, ‘힘들다’는 부정적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배우 전미선(49)이 자살했다. 전씨 역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우울한 감정 또는 우울증을 2주 이상 앓고 있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적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소 2주 이상 일상생활에서 무기력감을 느끼고 지장을 느낄 정도의 슬픔과 절망감을 느끼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울증으로 진단된다. 우울증을 앓아도 병원을 찾지 않은 이른바 ‘숨은 우울증 환자’가 국내에서 최소 50만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3670명으로 전년보다 1207명(9.7%)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률은 2011년 31.7명을 정점으로 소폭 등락을 거듭하다 2013년(28.5명)부터 2017년(24.3명)까지 4년간 감소 추세를 보였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살은 제도적, 사회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어느 특정 한가지 요인만으로 설명이 어렵다. 지난해 심리부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이 우울증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조사한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자살 사망자 약 80%가 우울증 등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의학적으로 질병으로 분류된 우울증과 우울함을 느끼는 일시적 감정은 다르다. 이상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특정 스트레스 상황에 의해 일시적으로 침체된 감정을 느끼거나 우울함을 느끼는 것을 우울증이라는 질병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면서 "지속적으로 잠을 자지 못하는 불면증, 식욕 저하, 어떤 일이나 공부도 할 수 없는 등의 ‘기능 저하’ 상태가 최소 2주 이상 지속된다고 느낀다면 병원에 내원해 전문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중증 우울증으로 발전되면 자살 위험이 커진다. 이들은 가까운 사람에게 일종의 자살 징후, 또는 시그널(신호)을 보낸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조사에 따르면 자살사망자 92.3%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으나, 이중 77%는 주변에서 경고신호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사망자 경고 신호는 사망 3개월 이내 근접 시점에 관찰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인이 보내는 극단적인 선택의 시그널을 잘 잡아내는 게 주변의 불행을 사전에 차단하는 길이기도 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이들은 주로 식사상태‧수면상태‧감정상태 변화 등을 보인다. 경고 신호로 ‘그동안 수고 많았다’ ‘행복해라’ 등의 메시지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달하며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 연인 등 가까운 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의를 통해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최악의 사태를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초기 우울증이나 경도 우울증은 약물 치료를 안할 수도 있고 상담 등을 통해서도 치료한다"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치료 시작 후 6개월 안에 재발 요인이 없다면 약을 서서히 끊게 한다"고 말했다. "초기에 우울증을 잡는 것이 더 나쁜 상황을 막는 지름길"이라는 조언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