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미군의 임무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미군은 오직 중대한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을 때만, 그리고 명확한 목표와 승리에 대한 계획이 있을 때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터키가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영구적 휴전을 하기로 했고, 이로 인해 미국은 터키 공격에 대응해 부과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가 주창해온 대외 정책 노선인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는 "터키와 시리아, 쿠르드족 등은 수세기에 걸쳐 싸워 왔는데, 미국은 여기서 그들을 위해 위대한 일들을 해왔다"며 "이제 우리는 빠지겠다. 오랜 시간 피로 얼룩진 모래에서 다른 나라들이 싸우게 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중동에서의 전쟁에 8조달러를 써 왔는데, (불개입을 통해) 우리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값비싼 군사 개입을 피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른 나라들이 나서서 공정한 몫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대외 정책이 이념에 의해 좌우될 게 아니라 경험과 역사 그리고 세계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는 2015년 11월 10일 공화당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IS 격퇴를 명목으로 시리아 내전에 뛰어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며 "왜 사람들이 푸틴의 노력에 대해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똑똑해져야 한다. 우리가 세계의 경찰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듬해 2월 11일에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이것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문제다. 미국은 마치 세계의 경찰처럼 굴고 있다"고 했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의 성명은 그의 대외 정책 독트린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했다"며 "자국의 이익만을 신경 쓰는 트럼프 집권기 미국에는 민주주의 보호, 동맹 지지, 세계 치안 유지 등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터키와 쿠르드족 간의 휴전에 대해 "다른 누구도, 다른 어떤 나라도 아닌 미국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목숨을 구했다" "미국인의 피 한 방울도 없이 수만명의 쿠르드족을 구했다" 등 '미국이 생명을 구했다'는 대목은 15분가량의 성명에서 다섯 차례나 등장했다. 그러나 미 조야에서는 터키의 공격이 사실상 트럼프의 묵인하에 일어나 '해결사'가 아닌 '원인 제공자'라는 점, 미군의 철수로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야기했다는 점 등에서 칭찬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CNN 칼럼니스트인 프리다 기티스는 트럼프의 자화자찬 성명에 대해 "이기적이고 터무니없으며 거짓으로 점철됐다"며 "트럼프는 재앙적인 미국 외교정책의 한 챕터를 써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