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저 월담 사건' 경찰청장에 쏟아진 질책
"경찰 X망신" "사다리 들고 다니는데도 검문검색 안 해"
압수수색 방해 행위에 공무집행방해 혐의 검토"
여당도 "해리스 대사가 섭섭함 표해" 우려 표명
민갑룡 "책임자 감찰 조사 중" "미국에 사과하겠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친북(親北) 성향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주한미국대사관 침입 사건 당시 경찰의 검문검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과 관련, "당시 지척에서 거리문화 축제가 있었고, 인파들 틈에 (시위대가) 섞여 있어 감지를 못 했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경찰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당시 사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경찰의 무기력한 대처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경찰은 대사관저 침입 사건에 대해 책임자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한 대진연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다리 들고 활보하는데 검문검색도 없어…경찰 기강 무너졌다"

경찰 출신인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은 "대진연 회원 19명이 백주대낮에 미 대사관저를 침입하기 전에 사다리까지 들고 왔다 갔다 했는데 왜 검문검색이 안 됐느냐"며 "(사다리가) 무슨 가방에 들어가는 소품도 아니고 경찰이 눈 뜨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 청장은 이에 "당시에 바로 지척에서 거리 문화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며 "인파들 틈에 (시위대가) 이렇게 섞여 있어서 좀 감지를 못했다"고 답했다. "경찰 조직의 기강이 다 무너졌다"는 윤 의원의 지적에는 "(경비) 책임자 등을 감찰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일 대진연 관계자가 근무 중인 서울 성동구 ‘평화이음’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단체 회원들의 폭언과 방해가 있었다는 보도를 언급하면서 "영상을 분석해 사법 조치를 하는 것을 검토해달라"고도 했다. 민 청장은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우리 안보와 경제를 도와주는 미국의 대사관저를 침입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경찰청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진영 장관을 향해서는 "중동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 사람들(대진연)은 김정은 칭송위원회를 만들어서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던 이들인데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말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은 "미 대사관저 난입 사건은 1989년 전대협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라며 "경찰청장은 책임지고 물러날 생각 없느냐. 경찰이 X망신당하고 그냥 있어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해리스 대사가 섭섭해하더라" 여당도 우려 목소리

여당 측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사건 이후 (미국) 대사를 만났는데, (난입) 과정에서 직원 2명이 다쳤다며 약간 섭섭함을 말하더라"며 "우리 정부 당국 누구도 미안함을 표명한 적이 없다는데 외교부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그 부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 청장은 이에 "미국 측에 사과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외교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사해 책임자 문책을 하고, 외교부와 협의해 주요 공관에 등급을 매겨서 경비 수준을 보강·강화하는 부분도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민 청장은 "즉시 추진해나가고 있는 부분"이라 했다.

대진연 회원들은 지난 18일 오후 2시 56분쯤 사다리 2개를 이용해 3m 높이의 담벼락을 넘어 미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했다. 당시 경찰이 시위대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사관저 경비를 맡은 의경들은 경찰봉을 휴대하지 않았고, 담을 넘는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 시위대가 관저로 넘어간 뒤에는 남성 회원들만 체포하고, 여성 회원들은 여경이 도착할 때까지 40여분간 포위만 했다. 현재 대진연 회원들은 공동주거 침입과 침입 미수 혐의 등으로 19명이 입건됐고, 이 중 4명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대진연은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불법행위를 저질러 경찰에 입건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 가운데 나경원 의원실 농성과 윤소하 의원실 택배 테러 등 2건에 대해서만 영장을 신청했고, 나머지는 번번이 불구속 입건하거나 훈방했다. 나경원 의원실 농성 관련 영장은 법원이 기각했다. 일각에선 "경찰이 진보 단체에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국감에선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수사와 관련해서도 경찰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이춘재의 자백 이후 경찰에서 미흡했거나 잘못해 왔던 부분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경찰이 빠르게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며 "경찰은 정무적 판단을 하지 말고 관련 정보를 바로바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민 청장은 이에 "피의사실공표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이 꼭 아셔야 할 궁금한 사항은 확인을 해드리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