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여비서를 상습 성추행하고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에 대해 경찰이 24일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전 회장은 전날 새벽 미국에서 귀국한 뒤 곧바로 경찰에 압송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김 전 회장 조사를 실시했고, 제출된 증거를 볼 때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영장신청 이유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귀국 뒤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전날 새벽 미국 뉴욕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경찰에 체포됐다. 출국한 지 2년 3개월 만이었다.

김 전 회장은 입국 당시 수갑을 찬 손목을 가린 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 인정하느냐" "비서 성추행 혐의 인정하느냐" 등을 묻자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제 사건이 사회에 물의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고 송구하게 생각하며, 조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2017년 7월 질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출국한 김 전 회장은 같은해 9월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월엔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 고소를 당했다. 가사 도우미 A씨는 2016~2017년부터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김 전 회장의 별장에서 일하면서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2017년 12월 7일 외교부와 공조해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현지 이민변호사를 고용해 ‘질병 치료’를 사유로 6개월마다 합법적인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미국에 계속 머물러 왔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내렸다. 하지만 미국은 인터폴 적색수배만으로 검거 또는 송환이 불가능한 국가이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을 데려올 수 없었다. 경찰은 이후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도록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김 전 회장의 여비서 성추행과 가사 도우미 성폭행 건을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