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1년간 기사 딸린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성남시장의 2심 첫 공판에서 재판장이 "자원봉사로 믿었다는 (은 시장의) 주장은 너무 순진하다"며 "이런 윤리 의식을 가진 분이 100만 성남시장으로서 인지 능력을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1990년대 사노맹 사건으로 조국씨와 함께 복역했던 은 시장은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고 현 정부 청와대에서 여성가족비서관으로 일하다 작년 6월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재판장은 "만약 성남시 공무원이 똑같은 편의를 받고 자원봉사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 피고인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판사는 은 시장의 '노동운동가' 경력을 거론하면서 "1년 동안 기사에게 임금은 고사하고 차량 유지비, 기름값, 통행료 한 푼 내지 않았는데 심각한 노동 착취 아니냐"고 물었다. 은 시장은 줄곧 "운전해준 사람은 자원봉사 청년으로 알았고 차량을 제공한 사람이 조폭 출신이라는 것은 몰랐다"고 해왔다. 운전해줬다는 청년은 나중에 전임 시장 시절 성남시청 공무원으로 취업했는데 은 시장은 이에 대해서도 "놀랐다.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변명이다. 조폭이 후일을 기약하는 신종 뇌물을 제공한 것인데 처벌을 피하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은 시장은 조국씨의 사노맹 경력을 놓고 논란이 일자 "사노맹에 무례하게 굴지 말라"며 조씨를 엄호했다. 은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후원회장이 조국씨였다. 그런데 말로는 정의를 독점하고서 행동은 정반대로 해왔다는 것도 똑 닮았다. 남에게는 추상 같고 자신에게는 봄바람 같은 '내로남불'도 같다. 은 시장에게서 운동권 좌파의 본모습을 또 한번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