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경기도 화성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지난 10일 삼성의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지 닷새 만에 또 대기업 총수를 만난 것이다. 지난 4일에는 청와대에서 경제 4단체장들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물 관람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 수석부회장,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이 이달 들어 재계(財界) 총수급들과의 접촉면을 급격하게 넓히고 있다. 수출·투자 부진으로 인한 거시경제 지표 악화가 문 대통령을 직접 나서게 만들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로서는 '북한 변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을 경우,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2%대 성장률 사수'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기업들에 SOS 치는 형국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그나마 청와대 참모들이 생각한 단기 처방이 '대기업 투자 압박'이었을 텐데 규제 혁파와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수정 같은 기조 변화 없이 상황이 나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 접어들어 지난달까지 문 대통령이 재계 인사들과 만난 것은 콘텐츠 산업 혁신 전략 발표회에 참석한 정도였다. 그러다 이달 들어선 보름 만에 세 차례에 걸쳐 대기업 총수급들을 만나는 행사를 가졌다. 그중 경제 4단체장과의 청와대 오찬은 당초 비공개로 하려다 사전에 외부로 알려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대차 방문으로 취임 후 정 부회장과 모두 열두 번 만났다. 올해 들어서만 여덟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도 취임 후 아홉 번을 만났는데 그중 일곱 번이 올해에 집중됐다. 최근 행사를 두고 재계에선 "청와대가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 숟가락을 얹고 생색내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갖고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한국의) 거시경제는 그나마 튼튼한 편"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는 거시적으론 탄탄하다"고 했던 그간의 낙관론을 되풀이하면서 경기 둔화의 원인을 또다시 외부로 돌린 것이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한국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위기라고 할 만큼 나쁘다면 미국 빼고 다 위기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다급해진 대통령의 '경제 행보'와 참모들의 '낙관론'이 어긋나는 느낌"이라며 "무조건 '한국 경제는 괜찮다'고만 할 게 아니라 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2025년까지 전기·수소차 등에 41조원 투자"

정의선 부회장은 이날 2025년까지 전기차·수소전기차 및 자율주행 등 분야에 4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문 대통령 앞에서 직접 발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현대차는 1997년부터 친환경차 연구·개발(R&D)에 돌입하여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다"며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현대차 친환경차 누적 판매 100만대 돌파는 이곳 연구원들 공이 크다" "대통령으로서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이) 자율주행을 선도하고, 미래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의 수소차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연구·개발과 상업화가 각종 규제에 막혀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서울의 수소 충전소가 2곳에 불과할 정도로 정부의 인프라 지원은 부족한 게 현실"이란 지적도 나왔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국회를 설득해 기업 활동을 막는 규제를 제거하고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