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인 정경심씨가 최근 뇌종양과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는 주장이 15일 정씨 측에서 나왔다. 정씨 변호인은 이날 "정씨가 병원에서 뇌종양과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어느 정도 심각한지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변호인 측 언급이 나온 것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주진우씨 때문이다. 주씨는 이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정씨가 며칠 전 뇌경색과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며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사퇴) 결심을 앞당긴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주씨는 조 전 장관과 가까운 사이다. 두 사람은 휴일이던 지난 6일 서울 중구에 있는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만나 한 시간가량 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 14일까지 다섯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쯤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그가 아플 수도 있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불구속 수사를 받기 위해 정씨 측에서 진단 내용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일단 객관적인 진단 결과를 몰라 정씨 상태에 대해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정씨 측으로부터 관련한 진단서를 아직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14일에도 조사를 받다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조 전 장관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조사 중단을 요청했을 뿐 관련 진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진단 내용을 몰라 아직 뭐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정씨가 최근까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도 정씨의 상태에 대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뇌종양과 뇌경색은 가벼운 병이 아니어서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면 조사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미 수술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신경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뇌경색은 대뇌 혈관이 막히는 급성 뇌경색이 위험하다. 뇌경색 진단을 받은 후 늦어도 2~3일 내에 수술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정씨 측은 "수술이 필요하다"고 알려오지 않았다. 급성 뇌경색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 전문의는 "급성이 아닌 뇌경색은 조사받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했다. 뇌종양의 경우도 악성 뇌종양이 위험하다고 한다. 악성 뇌종양은 빠른 속도로 종양 크기가 커지고 급격히 뇌압이 오르거나 뇌신경 손상을 줄 수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조기에 수술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검찰은 정씨 측이 별도의 자료를 제출하기 전까지 정해진 수사 일정대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정씨가 병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면 그를 진단한 병원에 직접 나가 정확한 상태를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조 전 장관 동생 조모씨가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검찰은 의사 출신 검사 등을 보내 상태를 확인한 바 있다.

검찰은 과거 수사에서 피의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2017년 국정 농단 사건 때 특검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화여대 김경숙 교수를 공개 소환해 구속했다. 당시 그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이었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과정에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눈 속 혈관 손상 등으로 실명할 수 있다는 진단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그에 대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모두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