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러난 존 볼턴〈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에 대해 '수류탄(hand grenade)'이라고 비유하면서 그가 주도한 우크라이나 압박 외교를 반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우크라이나 사업에 대해 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며 탄핵 위기에 몰렸다.

15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 고문은 14일(현지 시각) 약 10시간 동안 열린 미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볼턴 전 보좌관은 7월 10일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측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방안을 두고 고든 선덜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 대사와 격렬한 언쟁을 했다"며 "이후 볼턴은 선덜랜드, 줄리아니,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이 관여한 불법행위에 대해 존 아이젠버그 NSC 수석변호사에게 알리라고 내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볼턴은 자신은 이들이 꾸미는 어떠한 '마약 거래(drug deal)'에도 가담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볼턴이 줄리아니 등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사 압박을 마약 거래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볼턴은 "줄리아니는 모두를 날려버릴 수류탄"이라고까지 했다고 힐 전 고문은 증언했다. NYT는 "이번 증언은 줄리아니의 우크라이나 압박이 백악관을 얼마나 분열시켰는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줄리아니는 이미 범죄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미 연방 검찰이 그의 우크라이나 내 컨설팅 사업 등에 대한 범죄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지난 8월 NSC를 떠난 힐 전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서 증언한 첫 백악관 전직 관리다. 백악관은 하원의 탄핵 조사가 불법이라며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힐 전 고문은 소환에 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