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국 사태'와 관련해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그간 조 전 장관 일가(一家) 의혹을 둘러싼 언론 보도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이날 문 대통령 발언도 언론에 대한 그런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언론들은 조 장관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경쟁적으로 쏟아냈는데 이 중 틀린 것도 상당수였다"며 "언론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보도해 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경없는기자회(RSF)의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언론 자본, 또는 광고 자본의 문제, 그리고 속보 경쟁, 극단적인 입장의 대립,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의 증오와 혐오 등 빠르게 확산되는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가 공정한 언론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에 기반한 공정한 언론이 사회 구성원의 신뢰를 높일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며 '언론의 자기 개혁'을 강조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친여 언론인 김어준씨 등 친문(親文) 인사들이 이번 '조국 사태' 중반부터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 보도 대부분을 '가짜 뉴스'라고 매도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문 핵심들은 과거 정권에서 검찰과 유착된 언론의 무차별적 보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 역시 그때 굳어진 언론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것 같다"고 했다.

국립대 언론학과의 한 교수는 "최근 보도된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의 상당수는 여러 언론이 깊이 있게 취재한 내용의 결과물"이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이 언론에 '자기 개혁'을 주문한 것은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야당들은 "'언론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작심 훈계 발언은 조 전 장관 의혹 보도 등 불리한 뉴스는 가짜 뉴스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한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