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서 2차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
"정의 외치는 우리가 극우 세력? 이게 나라냐"
집회 참가자들 함께 무대 나와 '대한민국' 외쳐
오는 26일, 3차 집회 예고…"서명운동 1200명 넘어"

"청년들의 명령이다. 조국을 수사하라" "사회주의가 웬 말이냐. 조국은 반성하라" "무법자가 검찰개혁, 문재인은 각성하라"

12일 오후 6시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전국 대학생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고려대·연세대·부산대 등 여러 대학 학생들이 모인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 집행부’(전대연)는 이날 대학로에 모여 개천절에 이어 두 번째 연합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조국퇴진대축제’라는 주제로 뮤지컬 공연을 하고, 대한민국 응원가를 부르는 등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전국대학생연합 촛불집회 집행부 주최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조국 법무장관 사퇴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국이 훼손한 공정·정의·평등,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가치 아냐"
이날 집회에는 1차 집회 때처럼 대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과 시민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평등 공정 외치더니 결과 공정 어디 갔냐' '조국(祖國) 위한 조국 사퇴'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후안무치 조국 사퇴하라" "청년이여, 조국을 개혁하라" "조국 구속" 등 구호를 외쳤다.

인하대 경영학과 1학년 정호영씨는 "집이 경제적으로 잘 살지 못해 학원 한 곳 다니며 대학에 갔지만, 저는 그동안 스스로가 자랑스러웠고 이 나라도 공정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조 장관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나선 너무나 억울했다. 조 장관은 모두 용이 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밑에 있는 서민들만 가재, 붕어로 살라는 건 선민사상 아닌가"라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조국 퇴진’ 집회에 나선 것과 관련해 ‘정치적 이념’이 아닌, ‘정의와 평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졸업생 이아람씨는 "조국 딸에게 전한다. 당신의 아버지와 대다수 국민의 아버지는 너무 다른 것 같다"며 "우리 아버지는 스스로의 능력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노력해서 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청년으로 살라고 날 가르쳤다"고 했다. 이어 "우리 아버지는 권력을 사용해서 문서를 위조하고 거짓으로 스펙 조작하라고 가르치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조국 지지자들은 청년들의 외침을 두고 진영 논리라며,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라고 매도한다"며 "공정과 정의, 평등이라는 가치가 진보와 보수로 나뉠 수 있는 가치인가"라고 되물었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대학원생 전승우씨는 "조국 본인과 가족의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조 장관 임명 이후 그 어떤 것도 바뀐 게 없다"며 "우리의 목소리가 저 거대한 권력 앞에 작은 메아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젊은이와 지식인이 물러나면 대한민국이 쓰러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려대 학생은 "조 장관이 전부 용이 되지 못 한다고 하더라도 따듯한 개천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믿었는데, 개천은 따듯한 개천이 아니라 화탕지옥이 되게 생겼고, 제 옆 친구들은 붕어찜이 되게 생겼다"며 "여당에서는 이런 자리에 와 있는 대학생들을, 정의를 바라는 대학생들을 극우라고 매도한다. 이 나라가 국민의 나라인가"라고 말했다.

◇유시민 언급도…"자식에게 '曹 문제없다' 당당히 말할 수 있냐"
학생들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고려대 졸업생 이아람씨는 "한때 정의를 부르짖었던 과거 청년 유시민에게 묻는다. 당신이 말하는 궤변을 당신 진영이 아니라 당신 자식에게도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라며 "정녕 검찰이 조 장관을 부당하게 인질로 붙잡아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학생 연합 집회에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조국 사태의 문제점에 대해 내게도 많은 청년이 이야기를 해오고 있고, 나 또한 공감하는 입장"이라며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대연 측은 "학생들 중간고사 관계로 2주 뒤인 26일, 이곳에서 세번째 ‘조국 퇴진’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전대연은 전날 정오까지 총 84개 대학 1200명 이상이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 장관 파면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지난달 30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소속 대학, 학과, 학번, 이름 등을 기입하는 시국선언문 서명을 받고 있다. 전대연 관계자는 "조 장관이 퇴진할 때까지 서명을 계속 받을 것"이라며 "참여 대학과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