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경기가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개막전으로 정규리그 6라운드 팀(7개)당 36경기, 총 126경기 장정에 오른다.

1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공적(公敵)'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최태웅(43) 현대캐피탈 감독이었다. 그는 시즌 각오로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에 3전 전승을 거두며 우승했지만, 올해는 통합 우승을 해보고 싶다. 지난 시즌 아깝게 놓친 정규리그 1위까지 차지하겠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챔피언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의 박기원 감독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는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잘 못 잡는다"라면서도 "컵 대회 우승에 이어 정규리그와 챔프전까지 모두 우승하는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해보겠다"고 맞받아쳤다.

2019-2020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이 트로피에 손을 얹은 모습. 왼쪽부터 대한항공 박기원, 한국전력 장병철, 현대캐피탈 최태웅, OK저축은행 석진욱, 우리카드 신영철, 삼성화재 신진식,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

최태웅 감독의 삼성화재 시절 동기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최 감독과 인하사대부중·고 동기이자 삼성화재 전성기 멤버였던 석진욱 OK저축은행,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이 올해 감독으로 코트에 데뷔했다. 장 감독은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에는 최소 4승 2패를 하고 싶다"고 했고, 석 감독은 아예 맞대결 전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조용히 이들 말을 들은 최 감독은 "처음엔 잠이 안 올 것이다. 처음에 결과가 안 좋아도 소신을 갖고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다"고 조언하면서 "우리 팀엔 너무 심하게 하지 말고 좀 봐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세 감독들의 설전(舌戰)을 남 일 아닌 듯 바라봤던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로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은 가빈(33)이다. 가빈은 2009년부터 세 시즌 동안 이들과 삼성화재에서 함께 뛰면서 최강 시대를 이끌었다. 7년 만에 국내 코트에 복귀한 가빈은 이날 "옛날 최고참이던 사람들이 감독이 됐으니, 나도 나이를 많이 먹은 것 같다"며 "이젠 베테랑으로서 팀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고 싶다. 지난해 팀이 4승을 했으니 올해 목표는 일단 5승"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