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미·북 회담 결렬에 양국이 사전에 실질적인 세부 사항을 조율해 놓지 않고 무작정 만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미·북 관계 전문가 여러 명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두차례나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비핵화에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건 세부적인 문제들을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는 WP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업무 방식은 하향식이고 정상회담 중심"이라면서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얻은 교훈은 상향식 문제 해결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밴 잭슨 전 국방부 관리는 이번 스톡홀름 협상 결렬로 트럼프 대통령 ‘개인 외교’의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의제 조율을 비롯해 서로 어느 정도까지 입장 차를 좁히는 지 확인한 다음 대표단이 얼굴을 맞대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실무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대통령이나 고위급 인사들이 무작정 만나기만 해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잭슨 전 관리는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에게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사람(doormat)’이라면 실무급 회담에서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 협상 대표가 다른 소리를 자꾸 해댄다면 북한은 더는 트럼프 대통령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잭슨 전 관리는 북한이 추가 실무접촉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실무협상보다 무기 실험 쪽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노 딜(no deal)’로 끝난 후 약 8개월 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된 미·북 실무협상은 8시간 반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북한 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5일 오후 6시 30분쯤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는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며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실무협상 결렬 후 미 국무부는 스웨덴 측이 스웨덴에서 2주 안에 미·북 실무협상을 재개하도록 초청했으며 미국은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명길은 2주 안에 협상 재개에 응할 것인지에 관해 "미국이 판문점 회동 이후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냐"고 되물었다.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이 재개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