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말. 키움의 첫 타자는 올 시즌 33개를 넘긴 홈런왕 박병호(33). 마운드에는 올 시즌 35세이브를 기록한 고우석이 8이닝 무실점 피칭을 이어간 LG 선발 타일러 윌슨 대신 올라왔다. 앞선 세 타석에서 범타에 그친 박병호에겐 승리를 가져다 주는 한 방이 절실했다.

처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무대에 서는 고우석이 박병호를 힘으로 제압하려는 듯 초구 154㎞ 빠른 볼을 던졌다. 하지만 공이 스트라이크존 몸쪽 약간 높은 쪽으로 향했다. 빠른 볼을 좋아하는 박병호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정확하게 가격한 공이 125m를 날아 가운데 담장 밖에 꽂혔다. 평소 몸동작이 작은 박병호였지만, 이날만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힘차게 어퍼컷 동작을 취한 다음 오른팔을 하늘로 쭉 뻗었다. 그러곤 껑충껑충 뛰면서 베이스를 돌았다. 아무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던 고척돔 홈플레이트가 개선장군처럼 당당한 박병호를 맞이했다.

홈런왕다운 한 방이었다. 키움 박병호가 6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날린 뒤 환호하며 내야 그라운드를 도는 모습. 뒤로 보이는 LG 더그아웃 분위기와 희비가 엇갈린다.

키움이 박병호의 9회 말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6일 고척돔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1대0으로 이겼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9.2%(28번 중 25번)다.

1차전 경기 MVP로 선정된 박병호는 "고우석의 구위가 워낙 좋아 출루도 중요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신경 써서 강한 스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홈런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9회 홈런 드라마'를 자주 연출했던 박병호지만 포스트시즌 끝내기 홈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15년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더스틴 니퍼트에게 동점 3점포, 2018년 SK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신재웅에게 동점 2점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팀은 졌다. 박병호도 그 순간을 떠올렸는지 "팀이 안타(8개)를 많이 쳐도 점수를 못 내 아쉬웠는데 마지막 홈런 한 방으로 이겨서 다행"이라며 "중요할 때 홈런을 쳐도 경기는 지곤 했던 아쉬움을 오늘 풀었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대포가 터지기 전까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숨 막히는 투수전이었다. 키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은 6과 3분의 2이닝 동안 6탈삼진 2피안타 2볼넷 무실점했다. 6회까지 노히트노런 피칭을 이어가다 7회 LG 첫 타자 박용택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키움은 조상우가 7회 2사 1·2루 위기를 막은 데 이어 김상수와 오주원이 이어 던지며 9회까지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반면 LG는 선발 윌슨이 8회까지 106개를 던지며 8안타 1볼넷을 내줬으나 삼진 7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맞섰다. 하지만 9회 고우석이 초구에 홈런을 얻어맞고 패했다. 고우석은 KBO 리그 포스트시즌 최초로 공 한 개만 던지고 패전을 떠안은 투수가 됐다. 역대 최소 투구 패전은 3구(2017년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함덕주 등 세 차례)였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브리검이 시작을 잘해줬고, 마지막에 박병호가 멋있게 홈런을 쳐줬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기분 좋게 끝났다"고 소감을 말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7회 신민재의 견제사와 8회 유강남의 번트 실패가 아쉽다. 내일 심기일전해 잠실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7일 오후 6시 30분 고척돔에서 열리는 2차전 선발투수는 요키시(키움)와 차우찬(LG)으로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