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히 살아있네
장 도르메송 지음|정미애 옮김|북레시피
348쪽|1만5500원
2017년 92세로 타계한 프랑스 소설가 장 도르메송의 유작(遺作)이 번역됐다. 도르메송은 인문학 분야의 그랑제콜(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문학과 역사학을 전공했고, 정론지 '르 피가로' 주필을 지내면서 소설가로도 활동해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됐다. 그는 칼럼과 소설을 오가며 왕성하게 글을 썼다. 그의 마흔한 번째 소설인 이 책은 인류에게 긴 유언장을 읽어주는 듯한 회상록처럼 꾸며졌다.
'나는 때로 남자였고, 여자일 때도 있었다. 나는 인류이며 시간 속에서 이어지는 인류의 역사다'라는 소설의 화자 '나'는, 작가가 90년 넘게 산 끝에 파악한 인간의 대변자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나'가 원시시대부터 인류의 행보를 함께하면서 전개된다. 서양사를 중심으로 주요 사건과 인물을 평가한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사고는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몽테스키외, 칸트 혹은 헤겔 이래로 전혀 진보하지 않았다. 희망을 품었던 승리는 오히려 실패로 끝났다'고 서구 이성의 진보를 실패로 평가한다. '그리고 이제 희망과 불안이 멋지게 혼합된 속에서 과학이 나와 당신의 미래를 지배하고 있다'며 앞날을 우울하게 내다본다. 결국 이 책은 '보편적이며 전체적인 나, 자유와 필연성 사이에 존재하는 나는 아름다움도 정의도 진리도 아니다. 나는 역사이다'라며 인류의 자기반성을 권한다. 그런 성찰을 통해 소설 속의 '나'는 인류와 함께 오래도록 살아가리라는 게 작가의 마지막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