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범준의 '솔로하우스'는 구로공단 여공들이 세들어 살던 벌집을 리모델링한 다가구주택이다. 고단하고 서글펐던 '외딴 방'을 조금씩 넓혀서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실내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외관은 최대한 살렸다. 붉은 벽돌 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철골로 보강한 모습에서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룬다. 2017년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두꺼비집'은 집수리업자를 자처하는 건축가 김재관에게도 난관이었다. 이름처럼 낮게 웅크린 집은 토굴처럼 컴컴했다. 다만 집 자리가 좋았다. 바로 뒤가 인왕산이었고 마당에서 북한산이 보였다. '모두가 포기한 환자를 만난 의사의 심정으로' 집 장수들도 고개를 젓는다던 집을 되살렸다. 지붕에 창을 내고 빛을 들였다.

①구로공단 벌집을 리모델링한 건축가 김범준의 서울 가리봉동 솔로하우스. 철골과 유리로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냈다. ②지붕을 살짝 떼어 들어올린 듯한 서울 구기동 주택(설계 조병수·이지현·윤자윤). ③1966년 설계 당시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는 건축가 김중업의 서울 한남동 이기남 주택.

김재관은 8월 펴낸 저서 말미에 이 집을 언급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아꼈다. 책은 '두꺼비집 집수리 개봉박두'라는 말로 끝난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이 닫혔던 문을 연다.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오픈하우스 서울'은 건축가들이 공들여 설계한 주택을 직접 방문해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단지 예쁜 집이 아니다. 폭 4m의 좁은 땅에 일상의 공간을 실현한 '크게 작은 집'(김인철), 부부간에도 프라이버시가 있다는 생각을 담은 '남녀하우스'(서재원·이의행), 양옆과 뒤가 답답해 지붕으로 숨통을 낸 '구기동 주택'(조병수·이지현·윤자윤) 등의 작품에서 땅을 읽고 삶을 담으려는 치밀한 고민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공공 건축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건물이 사적으로 이용된다. 오픈하우스 서울은 그런 건축물들을 공공과 함께 향유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4년 시작됐다. 주택을 포함해 매년 건축계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을 선정하고 건축가가 해설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총 120곳의 건축물이 개방된다. 업무 공간의 변화를 살피는 '사옥, 브랜드가 되다', 재생 건축의 가능성을 내다보는 '근현대 유산의 재해석' 등 주제별로 나눠 진행된다. 매년 한 건축가를 집중 조명하는 특집에는 김찬중이 선정됐다. 한국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 최근 다큐멘터리로 조명됐던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을 둘러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3일 오후 2시부터 웹 사이트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는다.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1만원의 예약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신청이 완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