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조국 장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여론조사를 보면 과도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고 했다. 이 총리는 나흘 뒤 국회에서 또다시 "상당수 국민이 검찰 수사를 과도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정말 민심이 그럴까. 조 장관 임명 이후 각 언론의 검찰 수사 관련 여론조사는 모두 다섯 건이었다. 추석 때 MBC 조사는 검찰 수사가 '적절하다'(66%)가 '부적절하다'(30%)의 갑절 이상이었다. SBS 조사도 '정당하다' 60%, '무리하다' 36%였다. KBS 조사도 '정당한 법 집행' 50%, '검찰 개혁에 저항' 41%였다. KBS가 조 장관 자택의 검찰 압수 수색 이후 다시 실시한 조사도 검찰 수사가 '지나치지 않다' 49%, '지나치다' 41%였다.

지난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만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 49%, '적절하다' 43%로 달랐다. 이 총리가 콕 집어 인용한 여론조사다. 이 조사의 표본은 다른 조사들(1000명)의 절반인 501명이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조사도 아니었다. 여론조사를 할 때 선거 조사 항목으로 분류되는 정당 지지율을 조사해서 발표하면 여심위 심의 대상으로 등록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설문지에 검찰 수사 평가와 함께 정당 지지율도 넣어서 조사했다. 그런데 정당 지지율 결과는 발표하지 않아서 여심위 심의·등록 대상에서 빠졌다. 이 총리는 이 조사만 민심의 근거로 삼았고, 조 장관에게 불리한 많은 조사는 못 본 체했다.

최근 이 총리를 비롯한 여권(與圈)이 검찰 개혁을 언급할 때마다 '국민'을 빼놓지 않고 내세우는 것도 눈길을 끈다. 서초동 촛불 집회와 관련해 이 총리는 "검찰 개혁이 절박하다는 국민의 뜨거운 의견 표출"이라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국민의 목소리가 검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에서 "검찰 개혁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역사적 소명"이라고 했다. 국민 전체가 '조국의 검찰 개혁'을 간절하게 원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 장관 임명 이후 쏟아진 여론조사에서 임명 찬성이 반대보다 높은 조사 결과는 하나도 없었다. 국민 다수는 조 장관 임명 강행을 의아하게 여겼고, 그로 인해 나라가 두 동강 나고 있는 것에 어이없어하고 있다. 조 장관 임명 직후 KBS 조사에선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67%에 달했다. 요즘 상황은 대다수 국민이 우려했던 그대로다.

여권이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와 열성 지지층의 고함 소리를 '국민의 뜻'으로 포장하는 황당한 여론몰이에 몰두하는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그럴수록 여권에 불어닥칠 역풍은 초특급 태풍으로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