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조국 법무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권력기관은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갓 취임한 장관으로부터 예정에 없는 업무보고를 직접 받고, 그 자리에 배석하지 않은 검찰총장을 지목해서 지시를 내렸다. 모두 이례적인 일로 조국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전달한 것이다.

검찰에 "민주적 통제를 받으라"는 것은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 말을 들으라는 요구를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난주 조 장관 자택을 압수 수색한 검찰 수사에 대해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하라"고 한 데 이은 2차 경고다. 문 대통령에겐 자기편 사람들만 인권을 갖고 있다. 전 정권 사람들이 수사받다 4명이 자살하고 한 명이 사망했을 때는 잘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에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처럼 엄정하게 조 장관을 수사하는 것은 대통령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는 척하는 시늉만 보여주는 형식적 수사를 통해서 조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 수사 대상인 조국씨에게 법무부장관 임명장을 주면서 "검찰은 검찰 일을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 일을 하면 된다"고 했던 게 바로 그런 뜻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알아듣고도 따르지 않은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문 대통령은 크게 화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주말 관제 시위를 앞두고 검찰 때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 관제 시위에 참석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조 장관 아내를 기소하면 촛불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국 낙마가 아닌 윤석열 낙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 장관 수사가 계속 이런 식이면 윤 총장을 경질할 것이란 위협이다.

시위는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역사에서 권력을 가진 측이 시위를 벌여 상대를 짓밟은 사례가 있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그렇게 했고 2차대전 후에는 마오쩌둥이 문화혁명이란 관제 광란을 벌였다. 현재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관제 시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민주주의 모범국 한국에서 권력의 관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0만명'이라는 황당한 과장을 하고 그걸 친여 매체에서 마치 사실인 양 보도하고 있다. 이성을 잃었다.

입법, 사법, 행정, 검찰권을 모두 쥐고 있는 권력이 자신들의 아집으로 치부와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그걸 덮기 위해 시위를 벌여 정당한 법 집행을 하고 있는 국가기관을 겁박하고 있다. "촛불 민란으로 정치 검찰을 제압한다"는 민주당 의원의 말은 "당 기관이 잘못하면 지방 반란으로 중앙을 공격한다"는 마오의 홍위병 선동과 얼마나 다른가. 문재인 지지자들이 검찰 청사에 몰려간 것은 마오가 2인자 제거를 위해 홍위병에게 '사령부를 포격하라'는 지령을 내렸던 일과 또 얼마나 다른가. 마오가 문화혁명을 벌인 것은 자신의 대약진 운동이 실패해 수천만이 굶어 죽는 참상이 벌어지고 내부에 비판이 시작되자 그것을 덮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은 지금 한국 상황과 또 얼마나 다른가. 마오는 관제 시위로 내부 정적 박멸이 끝나자 자기 내부의 성가신 세력에도 반(反)혁명 혐의를 씌워 쳐냈다. 전 정권 사냥이 끝나자 적폐 수사의 총사령탑이었던 검찰총장을 몰아붙이는 것과 뭐가 다른가.

권력이 벌인 관제 시위는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 중국은 정상 국가의 궤도로 다시 진입하기까지 20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이 나라 집권 세력도 파렴치 장관 한 명을 지킨다며 다수 국민을 적(敵)으로 몰며 두 달째 전쟁 중이다.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