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의 특별 수사 기능을 약화시키는 내용의 검찰의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 시행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시행 시기는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다. "당장 추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조 장관 관련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의 개정 등은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라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별 수사 기능 축소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검찰 조직은 크게 형사부·공판부·특수부·공안부 등으로 구성돼는데, 형사부· 공판부 강화는 특수부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이 조 장관 보고를 수용하는 식으로 사실상 검찰 특별 수사 기능 축소를 지시했다며 "검찰이 산 권력을 물자 이빨을 아예 뽑아버리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실제로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울산지검과 창원지검 등 전국 검찰청의 특수부 43개를 폐지하고 특수부가 주로 하는 인지 사건도 2018년 기준 8000여건으로 대폭 줄였다. 그러나 조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이던 지난해 1월 14일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검찰개혁의 기조는 검찰 권한의 분리·분산으로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 수사의 이관, 직접 수사의 축소,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이라면서도 "이미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 수사 등에 한하여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현 정부 국정기조가 1년 8개월만에 180도 달라진 셈이다. 그 사이 현 정권 내에서 발생한 사정 변경 요인은 조 전 민정수석이 법무장관 지명 직후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수사를 받게 된 점이다. 조 장관도 장관 취임 후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고 특수부를 축소하겠다고 나왔다. 이 때문에 검찰 특수부가 전(前) 정권에 대한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를 밀어붙일 때는 특별수사 기능을 인정하다가 현 정권 실세에 대한 인지 수사에 나서자 특별 수사 기능 축소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35분 동안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해 보고했다. 이 자리에는 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검찰개혁단장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특별 발표 때 "검찰도 개혁의 주체"라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검찰을 총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전혀 협의도 없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법무장관의 보고를 받고 시행을 지시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내걸었지만 야당에서는 이번 지시가 "조국 수사를 약화시키기 위한 검찰 압박"이라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조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입장을 주위에 밝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발표한 날이다. 이날은 조 장관이 검찰의 지난 23일 자택 압수수색 검사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다. 결국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도를 높여가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조 장관 방어를 위해 검찰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야당은 의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에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이 언급을 두고도 여당에서 최근 검찰의 조 장관 수사에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마당에 검찰 수사권 독립이 대폭 강화됐다는 것은 논리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친여권 지지자들이 현직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검찰청 앞에서 '조국 수호'를 내걸고 집단 시위를 벌이며 노골적으로 검찰을 압박하고 여당 인사들은 이를 부추기는 것은 검찰 수사권 독립을 오히려 침해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잇따른 대(對) 검찰 발언으로 검찰 수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수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27일 대통령 발언도 수사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수사 관행이 잘못된 점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생각은 비단 대통령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다"라며 "촛불을 든 시민도 있지만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이 필요한가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늘 과반 이상 높은 숫자가 나타나곤 했다. 그만큼 사법 개혁에 대한 열망이 국민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8일 서초동 집회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의 사람들이 모였다"면서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함께 촛불을 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는 것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