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뉴욕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무리하게 부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회담이 문재인 대통령 숙소에서 열린 점을 강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과도 똑같은 호텔에서 회담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청와대는 "한·미가 북한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transform)'하기로 했다"고 거듭 선전했지만, 백악관의 공식 발표엔 그런 표현이 없었다. 정치권에선 "조국 사태로 국정 동력을 상실한 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으로 반전을 노렸다가 별 성과가 없자 무리수를 쓴다"는 말이 나왔다.

◇회담장 의미 부풀린 靑 대변인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의) 장소 또한 우리 측 숙소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 질문을 독식하는 '외교 결례'를 범했다고 여러 매체가 보도하자 이를 부인하며 제시한 근거 중 하나였다. '미국 정상이 우리 대통령 숙소까지 일부러 찾아왔는데 무슨 결례냐'는 취지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특별히 배려해 문 대통령의 숙소인 '인터콘티넨털 뉴욕 바클레이'를 찾아간 게 아니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같은 날(23일) 열린 파키스탄·폴란드·싱가포르·이집트와의 정상회담도 모두 같은 호텔에서 소화했다. 25일 미·일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였다. 한·미 정상회담이 미측의 배려로 우리 측 숙소에서 열린 게 아니라, 미국 대통령의 양자 회담장으로 지정된 호텔에 문 대통령이 묵었던 것이다.

◇'對北 관계 전환' 美 발표엔 없는데…

정부 관계자는 지난 27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양측이 대북 관계의 전환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두 정상이 북한과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의욕적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앞서 고 대변인 등 청와대 관계자들도 회담 직후 '전환'의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백악관 발표에는 미측이 '전환'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없었다. 문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한반도에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아주 세계사적인 대전환·업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가정법으로 언급한 '전환'에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공감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환' 표현이 처음 나왔다는 청와대 설명도 사실이 아니다. 지난 1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7차례 나오는 등 한·미 외교 당국의 여러 레벨에서 수차례 나온 '진부한' 표현이다.

◇러셀 "장밋빛 대북관 위험"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평가는 자화자찬 일색인 청와대와는 온도 차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 때 한반도 정책을 총괄한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7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미 정상의) 개인적인 관계와 두 나라의 정책 간에도 긴장감이 흐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온 것과 관련, "미국과 한국이 같은 페이지에 있어야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며 "두 나라 접근법에 차이가 노출되면 북한은 양국의 균열을 이용해 이간질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동맹인 한국이 '중립'을 뜻하는 중재자를 자처하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또 "장밋빛 안경을 끼고 북한을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다.

한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다음 달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미 합참의장 이·취임식과 미 장성회의 참석이 불참의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