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공개 강연서 "바른미래, 창당 후 보여준 것 없다⋯ 결심해 행동 나설 것"
제3신당 창당 마음 굳힌 듯⋯안철수계 규합 시도 후 내달10일 전후 결행 가능성
중도층 증가, 제3정당 유리한 선거법 개정 가능성에 승부수 던질 듯
일각선 "선거법 개정 여하에 따라 보수통합이나 선거연합 가능성 살아 있어"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의원과 오신환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한 비(非)당권파 의원들의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왔던 유 의원은 28일 공개강연에서 "바른미래당이 창당 후 보여드린 게 없다"며 "결심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의 '결심'과 '행동'은 탈당과 제3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그와 가까운 의원들은 말했다. 실제로 유 의원 측근 그룹에서는 지난 추석 이후 손 대표 퇴진을 관철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을 규합해 신당 창당에 나서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이들은 세(勢) 규합 작업 등을 감안해 다음달 10일 전후 신당 창당 방침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유승민 "행동 나설 것⋯민주·한국당은 도움 안되는 정당"

유 의원은 전날 '젊은 의사포럼'에서 한 특강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는데, 호남 영남 보수 진보의 갈등을 당 안에서 1년 넘게 겪어오면서 정작 보여드린 게 없다"면서 "바른미래당에서 이런 실패를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에 대해 고민이 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결심해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이날 탈당이나 신당 창당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는 "유 의원이 새로운 세력을 만들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했다. 시기와 방식의 문제만 남았을 뿐 결심은 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6개월여 앞으로 다가운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 가능성을 묻자 "총선 때 국민들은 1번 2번 아니면 안 찍을테니 '큰집'에 가서 편하게 정치하기에는 지금의 민주당과 한국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바로 서서 한국 정치와 대한민국이 바뀌는 개혁 보수를 아직도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면서 "기존 정당들보다 국민에게 더 어필하고, 저들보다 더 나을 거 같다는 대안이 우리가 될 수 있는지 지켜봐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유 의원을 둘러싸고 거론됐던 한국당 등과의 보수 통합 가능성에는 일단 선을 그으면서 독자 세력화에 무게를 둔 것이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독자 모임 출범 이어 제3신당 창당 수순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공개 강연에서 자신과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해 창당한 바른미래당이 실패했다고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참패 이후 손학규 대표 퇴진을 통한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총선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손 대표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는 결단을 미루기 어렵다고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이날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에 "지금은 결론을 내린 것이 없다"면서도 "결심이 서면 당연히 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 의원과 오신환 원내대표가 주축이 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탈당 후 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 등 비당권파 의원 13명이 지난 27일 의원총회를 소집한 것은 이런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유 의원 등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당권파 의원 15명이 참여하는 독자 모임을 꾸리기로 했다.

비당권파 의원들의 남은 수순은 탈당 후 제3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계의 한 의원은 "추석 전까지 손 대표 퇴진을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결국 안 됐다"며 "(탈당 후 신당 창당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혜훈, 정운천, 이태규, 신용현, 이동섭, 김수민, 오신환, 지상욱, 김중로, 김삼화 의원.

◇10월10일 전후 결행說

유 의원 등은 다음달 10일을 전후해 탈당 및 신당 창당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의 한 인사는 "신당 창당파 안에서는 늦어도 11월까지는 제3신당 창당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이를 기준으로 창당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역산하면 10월10일 전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 등은 다음달 10일까지 남은 열흘여 동안 본격적인 세 규합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은 8명이다. 바른정당계의 한 의원은 "신당 창당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계뿐 아니라 중도·보수 개혁 노선에 공감하는 안철수계 의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7일 의원총회 때 결성한 비당권파 모임에 참여한 안철수계 의원 7명도 탈당에 동참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른정당계 의원 8명이 모두 지역구 의원인 것과 달리 안철수계 의원 7명은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비례대표 의원이란 점이다. 비례대표 의원은 스스로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신당 창당에 동참할 수 있는 출당(黜黨)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상 출당은 의원총회에서 당 재적의원의 ⅔ 이상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현재 바른미래당 당원권을 가진 의원 25명 가운데 최소 17명이 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당권파는 현재 15명만으로는 출당을 의결할 수 없어 일부 호남 중진의원들에게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당권파 의원은 "탈당 결정의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호남 의원들의 의사가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며 "(출당 문제가 해결되면)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계, 비례의원 출당 안 되어도 탈당 결행할 가능성

호남 중진 의원들이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의 출당 의결에 응해줄지는 미지수다. 호남 중진 의원들도 지금의 손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게 어렵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 노선이나 지역 기반이 바른정당계와 다르다. 또 지역 기반 등을 고려해 무소속 호남의원 모임 대안정치연대와의 통합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6명)들을 출당시키면 남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대안정치와 통합해도 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호남 의원들은 8명으로 대안정치 소속 의원 10명과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박선숙·이상돈 의원까지 모두 합해야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을 채울 수 있다.

유 의원 등 비당권파 의원 15명 사이에서 제3신당 창당에 아직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것도 변수다. 일부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제3신당 창당이 보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당 등과의 보수 통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좀 더 시간을 갖고 방법을 찾아보자는 쪽에 가깝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전 의원이 관망 입장이란 점에서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도 탈당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가능성도 변수다.

그러나 유 의원의 한 측근은 "지금 같은 지리멸렬한 바른미래당으로는 안 된다는 결론엔 변함이 없다"며 "일단 내달 10일 전후까지 최적의 상황을 만들기 위한 여러 설득 작업을 하고 100% 설득이 안 되면 바른정당계만이라도 우선 탈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2017년 11월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를 만나고 있다.

◇중도·보수 개혁 내걸고 부동층 흡수 후 선거법 개정에 따라 보수연합 검토할 듯

유 의원 등 비당권파가 내달 10일 전후로 제3신당 깃발을 들고 탈당한다면 연말까지는 '개혁 보수'를 내걸고 세(勢)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20~40%에 이르는 등 증가세인데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일~11일 전국 성인 1026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無黨層) 비율은 38.5%였다. 유 의원 등 비당권파 입장에서는 '조국 사태'로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했으나 한국당으로 온전히 돌아서지 않은 중도 보수 성향 무당층을 흡수해 승산을 걸어볼 만하다는 것이다. 바른정당계의 한 인사는 "제3신당이 10% 지지율을 확보할 경우 총선에서 얼마든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정당득표율에 따라 총 의석수를 배정하는 준(準)연동형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교섭단체 구성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당권파의 신당 창당의 성패는 최대 40%에 이르는 무당층을 얼마나 많이 흡수하느냐와 선거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거법 개정이 무산돼 현행 선거제로 내년 총선이 치러질 경우 제3신당이 설 자리가 위축될 공산도 크다. 바른정당계의 한 의원은 "그렇다 하더라도 선거법 개정의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설령 선거법 개정이 무산된다 하더라도 최대한 개혁 보수의 세를 규합해 독자적인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유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과의 통합이나 선거연대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라는 시각도 많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나 유 의원 모두 문재인 정권 견제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선거제 개정 문제가 어떤 쪽으로든 매듭이 지어지면 통합 내지 선거연대·연합 가능성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계에서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탄력을 받게 되면 안철수 전 의원도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당장은 안 전 의원에 대한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제3신당 작업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되면 안 전 의원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제3신당 창당을 결행한다면 승부수가 아니라 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유 의원은 탄핵 정국 때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 보수를 내걸고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지만 실패했다"며 "선거에서 부동층은 때론 실체가 불분명한 신기루 같은 존재인데 만약 또 신당을 창당했다가 실패한다면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