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슈퍼리치’ 가문들이 내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을 전망해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채권과 부동산 등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 등 투자 전략도 재조정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슈퍼리치’ 가문들이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 포브스 등은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캠프덴 웰스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가 발표한 ‘2019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 리포트’에서 내년 경기 하강을 고려해 이 같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전 세계 패밀리오피스를 대상으로 360명의 온라인 설문과 25명의 인터뷰를 집계했다.

패밀리오피스란 영미권에서 흔히 ‘절대 부유층(AR·absolute rich)로 분류되는 자산규모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 부자들의 자산 배분, 상속, 증여, 세금 문제, 생활 문제 등을 전담하는 업체다.

전세계적으로 이들이 운영하는 자산 규모는 5조9000억달러(약 7074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패밀리오피스 담당자들의 의견은 경기 변화를 예상하는 선행지표로 의미를 지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사 대상 패밀리오피스 임원들은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평균 약 9억1700만달러(약 1조994억원)의 세계 자산을 관리하는 조사 대상 패밀리오피스 임원의 55%는 내년 경기가 침체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릭 스톤 캐드왈러와 위커샴 앤 태프트의 전 파트너는 "(포트폴리오에) 현금을 비중을 짜는 데 매우 중대한 시기를 겪고 있다"면서 "투자할 분야는 적고, 그 분야를 찾아야할 돈은 막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35개 패밀리오피스 네트워크인 팜 비치 투자연구그룹의 회의도 운영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임원 중 45%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안전자산인 채권과 부동산 등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투자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현금 보유액을 늘렸다는 답변은 42%로 집계됐다. 투자 내에서 차입 위험노출액(레버리지 익스포저)을 줄였다는 응답도 22%였다.

티모시 오하라 록펠러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 사장은 "최고 가치를 쫓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공 주식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사적 투자, 대체 투자, 현금을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의 비중은 평균 17%를 차지했다.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가장 큰 패밀리오피스 AUM 밴드의 경우 약 2억5000만달러(약 2997억원)의 자산 중 부동산에 할당한 비중이 20%에 달했다. 10억달러(약 1조1990억원) 이상의 자산에는 부동산의 비중이 12%를 차지했다.

제프리 건들라흐 더블라인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는 "내년 1월 대통령 선거 이전에 미국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75% 정도라고 본다"면서 "세계은행은 10년 전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가장 낮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 요인으로는 응답자의 91%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꼽았다. 응답자 63%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처로서 영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84%는 내년에도 포퓰리즘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87%는 인공지능(AI)이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에서 가장 큰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고, 56%는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투자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UBS에 따르면 설문조사 직전까지 12개월 동안 패밀리오피스들의 평균 수익률은 5.4%였다. 선진국 시장 주식은 평균 2.1%의 수익률에 그쳤다. 아시아 태평양 및 신흥 시장 패밀리오피스들이 가장 높은 수익률인 6.2%를 기록했다. 이어 북미가 5.9%, 유럽이 4.3% 순이었다.

이들이 관리하는 슈퍼리치 가문의 차세대 후계자들이 재산을 상속 받는 나이는 평균 45세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