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단거리 달리기는 오랜 세월 아시아인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구역이었다. 1983년 IAAF(국제육상경기연맹) 세계선수권대회 시작 이후 100m에서 메달을 목에 건 아시아인은 단 한 명도 없다. 200m에서도 남자는 일본 스에쓰구 신고(2003년 동), 여자 스리랑카 수산티카 자야싱헤(1997년 은·2007년 동)만 시상대에 올랐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에선 아시아의 준족(駿足)들이 이런 흐름에 균열을 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들이 최근 뛰어난 기록을 연달아 내면서 아시아인 스프린트 메달리스트가 탄생하는 게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달 기대주 1순위는 중국의 신예 셰전예(26)다. 그는 지난 7월 런던 다이아몬드리그 200m에서 순수 아시아인 최초로 20초대 안으로 진입하며 19초88로 우승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전 기록은 나이지리아에서 귀화한 카타르 선수 페미 오구노데의 19초97이었다. 셰전예는 이어 지난 8월 말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에선 10초04로 100m 준우승을 차지했다. 100m 강자로 꼽히는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10초07)와 저스틴 개틀린(미국·10초08)을 3·4위로 밀어냈다. 100m 시즌 베스트는 10초01, 개인 기록은 9초97이다.
중국에는 원조 '대륙 탄환' 쑤빙톈(30)도 있다. 그는 지난해 두 차례나 아시아 기록(9초91)을 작성했다. 올해는 시즌 베스트가 10초05로 다소 부진하지만 깜짝 선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일본은 20대 듀오를 앞세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200m 금메달리스트인 고이케 유키(24)가 올해 7월 100m 기록 9초98을 찍어 10초대 벽을 깼다. 가나 아버지와 일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압둘 하킴 사니브라운(20)도 100m 일본 기록(9초97)을 보유한 유망주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에 있는 인도네시아 국민 영웅 랄루 무함마드 조흐리(19)도 온 국민의 기대를 안고 카타르에 왔다. 그는 100m 10초03으로 동남아시아 기록 보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