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ㅣ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타란티노가 복원한 1960년대 할리우드를 보라.
'또라이' 타란티노도 나이 들면 부드러워지는 걸까. 25일 개봉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를 보다 보면 괜스레 애잔해진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빌' 등으로 피비린내 진동하는 컬트무비의 진수를 보여줬던 타란티노도 이젠 한결 나긋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폴란드 출신 영화감독인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가 임신 중에 사이비 교주인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에게 살해당한 1969년 LA에서의 잔혹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이를 지극히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할리우드에서의 끔찍한 비극을 그대로 그리지 않고 '만약 테이트 대신 옆집 남자가 공격받으면 어땠을까'라는 다소 황당한 가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것. 영화 제목인 '옛날 옛적 할리우드에서'가 동화책 구절과도 비슷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60년대 실재했던 영화와 배우들을 화면으로 불러들이되, 충격적 결말은 감독만의 상상으로 누그러뜨리면서, 영화는 그렇게 '비디오 키드'로 자라난 타란티노가 할리우드를 향해 품었던 오랜 애정을 그다운 스타일로 펼쳐보인다. 초호화 캐스팅도 관전 포인트. 한물간 할리우드 배우 릭 달튼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그의 전담 스턴트 배우인 클리프 부스는 브래드 피트가 맡아 연기했고,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 역은 마고 로비가 맡았다. 161분의 러닝타임이 짧진 않지만, 고약하고 짓궂은 타란티노 스타일에 낭만과 여유가 더해졌을 때 어떤 화학작용이 빚어지는가를 볼 수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전시ㅣ한국국제아트페어(KIAF)
1만점의 보화(寶貨)가 자태를 드러낸다. 국내 최대 미술 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2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17개국 유명 갤러리 175곳이 참여해 백남준·이우환·최정화·서도호·양혜규·이불 등 국내 최정상급 작가부터, 제프 쿤스, 토니 크랙, 세실리 브라운, 제임스 터렐 등 거장들의 귀한 작품까지 선보인다. 한국 미술 활성화를 위한 근대미술 특별전 '한국 근대 회화, 역사가 된 낭만'도 준비됐다. 김환기·이중섭·장욱진·천경자 등 대표 작가 26인의 작품 38점이 나온다. 총 11개 섹션으로 구성된 토크쇼,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키아프 아트 키즈'와 유료 도슨트 투어 등이 마련돼있다.
넷플릭스ㅣ아메리칸 팩토리
주말에 머리를 비우는 게 아니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드라마나 영화보단 다큐멘터리가 제격이다. '아메리칸 팩토리'가 그런 지적 허기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시에 GM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고 중국 푸야오그룹의 대형 유리 공장이 들어선다. 살길이 막막했던 주민들은 중국 자본을 환영하지만, 이내 자신들을 뼛속까지 착취하려는 중국인 상사들과 충돌하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내용 같지만, 이 작품의 화룡점정은 제작자. 이 다큐멘터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그라운드'의 첫 작품이다. 오바마와 같은 주제를 고민하는 주말이다.
콘서트ㅣ서울숲재즈페스티벌
'재즈 대모' 박성연(76)이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28일부터 이틀간 서울숲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 메인무대를 장식한다. 1978년 최초의 토종 라이브 재즈 클럽 '야누스'를 만들어 수십 년간 운영한 1세대 재즈 디바다. 호소력 짙은 허스키한 음색과 우아한 분위기로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라 불렸다. 지난 3월 가수 박효신이 데뷔 20년 만에 처음 상업 광고를 촬영한 이유도 그녀와 듀엣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대표곡 'My Way' '바람이 부네요' 등을 들려준다. 박성연 외에도 싱어송라이터 김현철, 피아니스트 정재형, 재즈 보컬 선우정아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클래식ㅣ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1548년 궁정악단으로 시작했다. 그 후 471년을 쉼 없이 달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 중 하나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4년 만에 여섯 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지휘봉은 2012년부터 이 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정명훈(66)이 잡는다. 해마다 연주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31)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당시 스물다섯이던 청년 브람스가 작곡한 최초의 관현악 작품이자 ‘피아노가 있는 교향곡’인 바로 그 곡이다. 이어 메인으로는 말년의 브람스가 자신의 삶을 관조하듯 들여다보며 쓴 마지막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29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