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통령 시절 子헌터, 우크라 에너지기업서 유급 사외이사 맡아
바이든, 2015년 키예프 방문서 부패청산 촉구하며 '검찰총장실 개혁' 요구
트럼프 "아들 몸담은 기업 수사해 해임 압박한 것" 의혹 제기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5쪽 분량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외국 정부를 미 대통령이 대선에 끌어들이고 대외 안보 정책을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는 ‘트럼프 권력 남용 스캔들’로 보는 반면, 트럼프 측은 ‘바이든 부패 스캔들’로 규정하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바이든이 부통령 재임 중이던 2016년 우크라이나 정권 개혁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해임을 압박했는데, 당시 검찰이 수사하던 에너지 기업에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고액 연봉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9년 아버지 바이든이 부통령이 됐을 당시 수습변호사였던 아들 헌터는 외국 정당과 관련된 사업 기회를 틈틈히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4년 5월 갑작스럽게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 업체인 부리스마홀딩스(Burisma Holdings) 이사회에 합류해 법무 부문 책임을 맡게 됐다.
부리스마홀딩스는 대표적인 정경유착 재벌 기업이지만 당시에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3개월 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친(親)러시아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친서방 노선의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것.
친러 정부에서 생태천연자원부 장관 등을 지냈던 이 회사의 설립자 미콜라 즐로체프스키는 장관 재직 시절 자신의 회사에 가스 채굴권 허가를 부적절하게 몰아줬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
서방 정부는 우크라이나 새 지도자에게 부패 조사를 압박했다. 영국은 즐로체프스키와 관련된 2300만달러(약 276억원) 규모의 런던 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우크라이나가 돈세탁 사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즉시 즐로체프스키가 공적 자금을 횡령했는지 여부를 자체 수사했다.
즐로체프스키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부리스마홀딩스는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기업 관행’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헌터를 유급 사외이사로 포함시켰다. 블룸버그는 "헌터 바이든의 월급은 그의 사업 파트너 중 하나인 데본 아처(Devon Archer)가 설립한 미국 회사인 로즈몬트 세네카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은행 기록에 따르면 이 회사가 부리스마로부터 자금을 받아 헌터에게 85만 달러(10억원)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14년 12월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 검찰에 서한을 보내 수사에 대해 항의했고, 2015년 1월 영국 법원은 결국 동결했던 즐로체프스키 은행 계좌를 풀어줬다.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 새 정부와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으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우크라이나를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의혹을 제기한 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아버지 바이든이 부통령 재임 중이던 2016년 초 부리스마를 수사하는 검찰총장 빅토르 쇼킨을 해임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10억달러의 대출 보증을 철회하겠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바이든이 2018년 외교관계위원회(CFR) 주최 모임에서 "그 검찰총장이 해임되지 않으면 당신들은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 동영상도 유포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의회는 2016년 3월 표결을 거쳐 쇼킨 검찰총장 해임을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4억달러(4800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미끼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부패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박했다는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