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내 기억에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무기수라 살인죄를 저질렀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설마 그렇게 잔혹한 사건까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는 지난 1994년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 판결을 받고 25년 넘게 수감돼 있다. 본지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약 5년간 부산교도소에서 이춘재와 함께 지냈던 A(47)씨를 25일 인터뷰했다. A씨는 본지가 입수해 지난 20일과 25일 잇따라 보도한 그의 고교 시절 사진을 보고 "나이를 먹었지만 너무나 얼굴이 닮아 놀랍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춘재의 외모에 대해 "눈매가 부드럽고 얼굴이 길쭉했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은 약간 곱슬이었고. 키는 약 165㎝에 몸무게 65㎏ 정도로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고 했다.

이춘재 고교 졸업사진… 몽타주와 비슷? - 본지가 지난 20일과 25일 잇따라 보도한 이춘재의 고교 시절 사진(왼쪽). 이춘재와 교도소에서 함께 지낸 A씨는 “실제 이춘재와 너무나 닮았다”고 했다. 가운데는 본지가 새롭게 입수한 이춘재의 고교 졸업 앨범 사진. 오른쪽은 화성 사건 당시 몽타주다.

A씨는 2012년부터 2년 남짓한 기간은 우량수(모범수) 사동에서 이춘재와 함께 생활했다. 당시 우량수 사동에는 20명 정도밖에 없어 친밀하게 지냈다. 지내는 감방은 달랐지만 자주 마주쳤으며, 운동이나 종교 활동에서도 함께 어울렸다. A씨는 나이가 위인 이춘재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A씨는 "가끔 무기수가 싸움을 하거나 사고를 치는 경우가 있지만 이춘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다시 생각해봐도 화성 사건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가족들이 가끔 이씨를 면회하러 왔다. A씨는 "사동 안에서 만났을 때 '어디 갔다 오십니까'라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면회 와서 다녀온다'고 대답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당시 교도소 내 작업장의 양재(洋裁) 공장에서 일했다. 40대 중·후반이던 이춘재는 아래층에 있는 목공(木工) 공장의 작업반장이었다. 목공반원은 약 50명쯤 됐다. 반장은 교도관을 대리해 반원들을 통솔하기 때문에 교도소나 재소자의 신임을 얻어야 가능했다. 이춘재는 점잖고 차분한 성격이어서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다고 한다. 목공 기술도 뛰어나 외부에서 일반인도 참여하는 외부 목공 기능대회에서 큰 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증언은 이춘재가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을 당시 법원의 판단과는 배치된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이춘재는 두 살 아들을 방 안에 가두고 마구 때려 멍들게 했다. 또 아내에게 재떨이를 집어던지고 온몸을 마구 때려 하혈까지 하게 만드는 포악한 면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