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춘재 자백에 '올인'…옛 수사팀 포함 자문단 구성
당시 수사팀장 하승균 前총경과 '강호순 자백' 프로파일러 투입
경찰 "유일한 목격자 버스 안내양도 찾아 나선다"
부산교도소에서 안양교도소로 移監 계획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사진)가 과거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이춘재가 어떤 이유로 조사를 받았고, 왜 용의 선상에서 제외됐는지 등을 파악 중이다.
경찰은 또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이춘재의 자백이 핵심이라고 보고 과거 ‘강호순’ 사건에서 자백을 받아낸 프로파일러를 수사에 투입했다. 경찰은 수사의 속도를 내기 위해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이춘재를 경기 안양교도소로 이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이춘재 조사받은 건 맞다…자료만 15만 장이라 파악 중"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춘재가 화성 사건 당시 경찰 조사를 받은 기록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춘재는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태어나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이 일대에서 계속 살았던 것으로 확인돼 당시 경찰 조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경찰은 그동안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이씨가 당시 조사를 받은 기록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가 과거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맞는다"며 "다만 과거 일에 대해서는 정밀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수기 등으로 작성된 자료가 15만장에 달하는 등 방대해 현재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조사에서 왜 이춘재가 용의자로 지목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일부 사건의 증거물 분석 등을 통해 과거 경찰이 용의자의 혈액형을 B형으로 추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자백 유도하겠다" 프로파일러 투입…유일한 목격자 버스안내양 수소문
경찰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에 과거 연쇄 살인범 강호순을 수사하며 자백을 받아냈던 공은경(40) 경위 등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추가 증거확보가 어렵고, 이춘재의 자백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대화를 통해 심경변화를 유도해 자백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춘재와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 나가려고 한다"며 "오래 전 사건이고 DNA가 확인되지 않은 살인사건도 있어, 이춘재의 진술 등을 통해 나머지 6건의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입증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30여년 전 발생한 사건인데다, 추가 증거 확보가 어려운 만큼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하승균(73) 전 총경 등을 전문가 자문단으로 합류시키기로 했다. 하 전 총경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 공소시효 만료 3년 전인 2003년 화성경찰서 강력계 소속이었다.
또 용의자의 모습을 본 유일한 목격자인 버스 안내양 A씨도 수소문하는 중이다. A씨는 당시 용의자 몽타주 작성에 참여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춘재가 자백해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겠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춘재를 계속 조사해 진술을 받아내겠다"고 했다.
경찰은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이춘재를 경기 안양교도소로 이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가장 가까운 안양교도소에 이감해, 수사 속도를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지난 18~20일 부산교도소로 형사들을 보내 이춘재에 대한 총 3차례의 대질조사를 벌였지만, 이춘재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대질신문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기존 사건 기록 검토와 앞선 조사에서 이춘재가 한 진술 등을 분석해, 차후 4차 대면 조사에서 이춘재를 압박할 단서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이춘재는 충북 청주에서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994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당시 흉기와 범행에 썼던 수면제 등을 모두 치웠던 이춘재의 범행은 화장실 손잡이와 세탁기 밑에서 피해자 혈흔이 나오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10차 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1991년 4월과 A씨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 일대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채 발견된 여성이 있는지 다시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