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과 유해성 논란으로 '쥴' 같은 전자담배가 최근 미국 유통 채널에서 잇따라 퇴출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20일 전자담배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일반 궐련형 담배는 계속 판다. 이달 초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도 전자담배 퇴출을 결정했고, 미국 대형 약국체인 '라이트 에이드'도 지난 4월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월마트의 판매 중단은 미국질병통제센터(CDC)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액상 전자담배 흡연으로 인한 중증 또는 급성 폐질환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530여 명이고, 지금까지 8명이 숨졌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폐질환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이 최근 액상 전자담배를 피웠고, 호흡기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공통점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자담배는 대부분 액체로 만든 니코틴을 가열해 흡입하는 '액상 전자담배'다. 액상 전자담배는 피워도 냄새가 거의 없고 휴대가 간편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2016년 190억달러(약 23조원)였던 전 세계 액상 전자담배 시장이 2021년 34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유해성 여부다.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로울 것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위험성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흡연과 니코틴 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전자담배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CBS와 CNN 모회사인 워너미디어 등 언론들도 지난주 전자담배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뉴욕주와 미시간주(州)는 최근 니코틴 액상에 과일향 등을 넣은 '가향(加香) 전자담배' 판매를 일시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매사추세츠와 캘리포니아주도 유사한 조치를 추진 중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초 전자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에게 너무 유혹적"이라며 "식품의약국(FDA)이 가향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액상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액상형 전자담배와 중증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했다. 당장 판매 금지 등 강제 조치를 하지는 않지만, 소비자가 사용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또 의사는 호흡기 이상 증상이 액상형 전자담배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도록 당부했다.

국내에서 액상 담배는 지난 5월 '쥴'이 처음으로 정식 출시됐고, 이후 KT&G의 '릴 베이퍼' 등이 나왔다. 출시 후 40일 동안 약 600만갑이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