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가운데 이란이 ‘전면전’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반응을 보이자 미국이 19일(현지 시각)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며 한 발 물러섰다.

AP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으로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번 위기가)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면 한다. 이란도 같은 쪽으로 바라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가 전날 사우디에서 이번 공격을 ‘이란의 전쟁행위’라고 비난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정확한 사실을 규명하자며 대(對)이란 공격에 소극적인 태도와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 드론 피격과 관련, 18일 사우디 제다를 긴급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고 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 외무장관은 전면전을 언급하며 미국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위협하지만 우리는 이에 맞서 외교적 동맹을 확대하는 중이다"라며 "평화를 이루려는 목적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UAE에 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피격 배후는 이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 석유시설을 누가 공격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안다. 그들은 이란"이라고 했다. 그는 또 UAE 아부다비 왕세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에게 "이란이 헤즈볼라(미국·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행위를 벌여온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와 같은 테러조직 지원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더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을 상대로 한 ‘최대 압박’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8일 밤 사우디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이란 정권이 계속된 침략과 위협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19일에는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이번 석유시설 피격과 관련, 사우디 정부와 향후 이란의 공중 공격을 막기 위해 사우디 북부를 방어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9일 미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군사적 대치와 엮이지 않기 바란다. 미국이나 사우디가 이란을 공격한다면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영토를 지키는 데에 우리는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과 관련, "핵합의는 미국과 타결한 협상이다. 왜 또 협상해야 하느냐. 재협상이 성사된다 해도 1년 반 뒤면 또 끝날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불법적으로 복원한 제재를 풀고 상황이 달라지면 그들과 대화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자리프 장관의 인터뷰 발언은 하루 전 폼페이오 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하는 길에 이란을 가리키며 "사우디에 대한 전쟁 행위를 했다"고 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