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절대적인 세계 초연이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더불어 세계 최고 음악축제로 손꼽히는 스위스의 루체른 페스티벌이 올해 자신만만하게 내세운 홍보 문구다. 과장이 아니었다. 기존 문법을 뒤집는 공연과 음반으로 요즘 가장 핫한 지휘자인 테오도르 쿠렌치스(47)와 바로크와 고전, 벨칸토 여왕의 자리에서 40여년간 정상인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53)가 처음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테오도르 쿠렌치스, 무지크에테르나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성악곡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13일 저녁(현지 시각) 루체른의 KKL 콘서트홀에서 열린 모차르트 갈라 콘서트에서 만난 쿠렌치스와 바르톨리는 첫 음부터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날 공연의 주제는 모차르트의 음악 속 '권력'. 쿠렌치스가 직접 이끌고 온 무지크에테르나 오케스트라는 바르톨리의 가창과 어우러지면서 모차르트의 '키리에(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와 모차르트 칸타타 '다윗의 참회'를 통해 전지전능한 신의 권력을 천상적으로 표현했다. 반면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 서곡에서는 모차르트 당대 최고의 권력이던 레오폴트 2세의 지상 권력을 과시했다.

티토 왕의 친구이지만 그를 죽이려고 한 세스토의 아리아 '사랑하는 이여 당신을 떠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루체른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던 시절, 오케스트라와 바르톨리가 함께 불렀던 곡이다. 쿠렌치스는 세스토로 남장을 한 바르톨리와 클라리넷 연주자가 무대 양쪽에서 같은 템포로 다가와 중앙에서 음악적 애무를 하게끔 연출해 청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모차르트의 '다 폰테' 3부작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 '돈 조반니'와 '여자란 다 그래'의 명(名)아리아들도 바리톨리와 함께 선보였다. 돈 조반니가 자신을 배신했음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돈나 엘비라의 '배신자여'에서 돈나 엘비라로 세계적 명성을 보유하고 있는 바르톨리는 18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빠르게 끝나는 이중 아리아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여자란 다 그래'에서는 약혼자를 따라 전장에 가려고 했던 여인 피오르딜리지를 빼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쿠렌치스는 250년 넘게 반복적으로 듣는 이들을 매혹시켜왔고 감동의 마법을 걸어온 모차르트 음악이야말로 인간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시대 초월적 권력임을 보여줬다. 프리메이슨 장송 음악으로 시작한 마지막 무대는 모차르트의 장대한 콘서트 아리아 '내가 당신을 잊겠소? 걱정하지 마오. 사랑하는 사람아, 내 마음은 영원히 당신 것이오'로 끝을 맺었다.

기립박수와 연이은 커튼콜에 바르톨리와 쿠렌치스가 앙코르로 준비한 곡은 모차르트의 '춤추고 기뻐하라' 중 '알렐루야'. 바르톨리가 구사하는 멜리즈마(Melisma·성악곡에서 한 음절의 가사에 다수 음정이 주어지는 장식적 선율의 노래)의 신기(神技)를 맛볼 수 있는 곡이었다. 모차르트 성악의 가장 환상적 해석을 들려준 바르톨리와 쿠렌치스는 이렇게 불타올랐다. 새로운 '드림 커플'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