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는 600곡 넘는 예술 가곡을 썼다. 괴테, 실러 등 당대 문인들 시를 노랫말로 가져다 선율을 붙였다. 그러나 20대 중반 매독을 앓았고, 정부에 생활비 보조금을 청하는 편지도 줄기차게 썼다. 지난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마티아스 괴르네, 조성진 그리고 슈베르트'는 서른한 살에 숨을 거둔 슈베르트가 1820년대 빈을 누비며 토해냈을 비탄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그려낸 한 편의 모노드라마였다.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 가곡을 부르는 괴르네(오른쪽)와 피아니스트 조성진.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52)는 피셔디스카우에게 배운 독일 가곡의 대가다. 3년 전 내한 공연에서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불러 감동을 안긴 그는 이번엔 스물다섯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반주로 슈베르트를 노래했다.

슈베르트의 가곡은 긴 호흡, 단단한 힘, 폭넓은 음역이 동시에 필요해 부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괴르네는 촉촉한 진흙덩이를 펴 바른 듯 콘서트홀 뒷자리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가곡 14곡을 부르며 2000여 청중을 휘어잡았다. 괴테 시에 곡을 붙인 '인간의 한계'에서 장조와 단조를 오가며 불안함에 떨던 괴르네는 인간의 허약함을 토로하는 부분에서 분노를 가볍게 흩날리듯 마무리했다.

조성진의 격정적 화음이 빈자리를 메웠다. 물레 도는 소리로, 때론 말 달리는 소리로 심리를 적확하게 짚어야 하는 피아노는 노래만큼 까다롭다. 알프레트 브렌델 등 명(名)연주자들에 비하면 조성진은 농익은 맛이 덜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빈을 시작으로 괴르네와 동행해온 조성진은 성악가의 숨소리 하나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며 피아니스트로서의 영역을 확장했다.

앙코르로 '송어'를 고른 건 아쉬웠다. 괴르네의 박력은 신선했지만 직전까지 공연장을 채운 우수가 사라지며 여운을 깼다. 두 번째 곡 '음악에게'가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운치를 되살렸다. 슈베르트가 음악에 감사를 표하는 이 노래는 '너 아름다운 예술이여, 나 너에게 감사한다'로 끝맺는 가사와 맞물려 가을바람처럼 상쾌하게 등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