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연대·고대서 촛불집회 열고 교수들은 시국선언⋯사태 날로 커져"
조국 "상황 모를 리 없고, 책임감 느껴⋯앞으로 어떻게 처신할지 고민하겠다"
曺, 정동영 대표 만나서는 "비난 받아가면서 업무 수행해 국민 마음 달랠 수 있길 소망"

범여권으로 꼽히는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원내대표가 19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사퇴에 대해 용단을 내리는 것이 순리에 맞는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취임인사를 온 조 장관을 앞에 두고 "계속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서 있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서 촛불 집회를 연다.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했다. 사태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말을 점잖게 했지만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조 장관은 "앞으로 어떻게 임해야 할지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 의원실에서 조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조 원내대표는 이날 조 장관에게 "축하드려야 할 자리인데, 국민들 실망도 크고 본인(조 장관)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라 축하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조 장관의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판·검사를 지낸 조 원내대표는 "역대 장관 임명에서 이런 사례가 없었다. 이전 정권에선 상상하지도 못한, 유례없는 초유의 사태"라며 "면전에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로 시작한 이 정권에 촛불이 또 저항하는 사태는 굉장히 심각히 봐야 한다"고 했다. 조 장관이 추진하겠다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누가 하느냐, 신뢰가 중요한데,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저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유를 떠나서 저의 불찰이라 생각한다"며 "따끔한 질책 말씀 새기면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깊게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자신의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어제 유성엽 대안정치 임시 대표, 오늘은 박지원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뵙고 왔다. 다들 쓴 소리를 해주셨다"며 "저도 상황을 모를 리 없고, 책임감을 안 느낄 수 없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임하고 처신해야 할지 고민을 좀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유 대표도 조 장관에게 "문 대통령과 정부, 민주당, 조 장관 본인을 위해서도 (장관직을) 내려놓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게 국민 의견인데 깊게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말씀 깊이 새기겠다"고 답했다.

민주평화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때 동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조 원내대표는 "조국보다 민생이 먼저다. 그래서 야당이 국정조사를 같이 하자고 했는데, 좀 지켜보겠다고 동참하지 않았다"며 "조국 블랙홀이 돼서 (국회가) 다 마비돼 소는 누가 키우는가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또 "처음에는 (조 장관이) 사법개혁의 가장 적임자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생각이 좀 달라졌다"고 말했다.

조 원내대표에 앞서 조 장관을 만난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다. 도덕적·법률적 책임 문제와는 별개로 조 장관이 엄청난 사회적 형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사회적 형벌은 마땅히 감내해야 한다"며 "저에 대한 비난을 계속 받아가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