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1부 리그)는 다른 리그보다 이른 지난 7월 말에 막을 올렸다. 그때만 해도 팬들은 황희찬(23·잘츠부르크)에게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성장이 멈춘 듯 보였기 때문이다.

저돌적인 드리블이 돋보여 붙은 애칭 '황소'는 어느새 우직하게 돌파만 잘하는 '반쪽짜리 공격수'를 상징하는 별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실제 그는 지난 시즌 임대로 간 독일 2부 함부르크에서 2골 2도움에 그쳤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포지션을 옮겨다녀야 했다.

업그레이드된 '특급 황소'는 유럽 무대에서도 통했다. 18일 헹크전에서 득점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팬들을 바라보는 황희찬. 챔피언스리그 본선 데뷔전에서 곧바로 골 맛을 봤다. 사진 왼쪽 황희찬의 어깨를 만지는 선수가 올 시즌 잘츠부르크 공격을 이끌고 있는 투톱 파트너 홀란이다.

잘츠부르크로 복귀해 시즌 개막을 맞은 지 두 달. 황희찬의 변신이 놀랍다. 그는 18일 헹크(벨기에)와 벌인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1차전 홈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올려 팀의 6대2 대승에 앞장섰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 공격 포인트 3개를 기록하며 본선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그에게 평점 10점 만점을 줬다.

판단력 좋아지며 '투뿔' 황소로

황희찬은 이날을 포함해 시즌 8경기에서 5골 9도움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공격포인트가 평균 1.75개다. 그는 이제 그냥 황소가 아니라 '투 플러스(++) 특급 황소'로 통한다.

"축구에 새로 눈을 뜬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좋아진 부분은 판단력이다. 패스와 드리블, 슈팅 타이밍을 정확히 구분해 플레이하고 있다.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했다가 공격의 맥을 끊는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더 정밀하고 섬세해진 플레이로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실수 없이 구현하고 있다. 헹크전에서 황희찬은 빠르게 달리다 발등 바깥쪽으로 공을 살짝 띄워 팀의 세 번째 골(결승골)을 넣었다. 미리 나와 각을 좁힌 골키퍼는 허를 찔린 듯 지나간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일 티롤과의 정규 리그 경기에선 뒤에서 흘러온 공의 흐름을 살려 수비수를 따돌린 뒤 슛하는 척하며 골키퍼까지 제치고 득점했다. 마치 '축구 도사'처럼 보인다.

황희찬은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아 도움 9개를 기록, 직전 3시즌 합계(8개)를 넘어섰다. 오른발과 왼발을 가리지 않고 자석에 갖다 붙이듯 동료 발에 정확히 전달한다. 특히 투톱 파트너 엘링 홀란(19·노르웨이)과 호흡이 잘 맞는다. 홀란이 헹크전에서 기록한 해트트릭 중 2골이 황희찬의 도움에서 나왔다.

"투톱 경쟁시켜야" 지적도

변화는 '여유'에서 나온 듯하다. 그는 최근 대표팀 소집 당시 "비시즌 동안 푹 쉬며 육체적·심리적으로 가벼워졌고 고민이 사라졌다"고 했다.

황희찬이 한층 성장하면서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황희찬이 소속팀에서 활약하는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다. 그러나 그는 최근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윙백으로 처져 나왔고,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선 아예 벤치를 지켰다. 그를 황의조·김신욱 등과 전방에서 경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같은 날 발렌시아 이강인(18)은 만 18세 6개월 나이로 첼시전에 나서며 한국 축구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출전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 정우영(20·프라이부르크)이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세운 19세 2개월 기록을 약 8개월 앞당겼다. 이강인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45분 교체로 들어가 약 5분 동안 그라운드를 밟았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