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사퇴 요구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전국 대학교수 숫자가 2000명에 육박하자, 친문(親文) 네티즌들이 서명 운동 훼방 작전을 17일 오후부터 시작했다. 가공의 인물명의 서명을 대량 입력함으로써 '서명인 숫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집단 작업에 나선 것이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 모임'(이하 교수모임)에 따르면, 14일부터 교수 사회에 전파되고 있는 '조국 법무장관의 임명으로 사회 정의·윤리가 무너졌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 서명자 수는 나흘째인 17일 오후 4시쯤 2000명에 다가서고 있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지인 간 알음알음 전파됐지만, 전날 처음 언론에 알려지면서 하루 새 참여 교수가 급증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2016년 11월 국정 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전국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참여 교수는 2234명이었다.

이 무렵, 82쿡·클리앙 등 친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트위터 등에 "교수 숫자를 허위로 부풀려서 100만 서명을 돌파시키자"는 글이 돌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명 사이트의 교수 인적사항 기재란에 '이름: 전대갈, 소속대학: 땅크대학교' 등을 입력해 서명한 뒤 '오늘 교수가 됐다' 등의 인증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를 확인한 교수모임은 이날 밤부터 스마트폰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교수모임 측은 "이미 들어온 허위 서명을 걸러낸 정확한 서명인 숫자가 오후 5시 기준 2100명을 넘어섰다"며 "서명 참여인 숫자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지면 시국선언문 의미가 퇴색되는 만큼 지금부터 최종 확인 및 발표 때까지 중간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 연대 서명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변호사 시국선언에 동참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라는 인터넷 서명안이 법조인들 사이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파되고 있다. 시국선언문은 '2019년 9월 9일 조국(曺國)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대한민국 법치주의 능멸이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다. 이날은 법치일(法恥日)이다'로 시작한다. 조국 장관 임명을 나라가 망한 국치일에 빗대 '법치주의가 망했다'는 것이다.

선언문에는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하여 준엄히 경고하며 조국의 법무부 장관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법조인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그가 법 제도를 수호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데 대하여 수치심과 모욕감을 넘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적혀 있다. 동의하는 사람은 이름과 변호사 시험 또는 연수원 기수를 적고 서명에 동참할 수 있다. 17일 오후 6시 기준 변호사 264명이 이 시국선언문에 서명했다.

서울 주요 대학 학생들은 19일 동시에 조국 법무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을 들기로 했다. 조 장관이 휴직 중인 서울대에서는 관악 캠퍼스 아크로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열 예정이다. 조 장관 딸의 부정 입학 의혹을 받는 고려대에서도 같은 날 오후 7시 학생들이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 모이기로 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편법으로 포장하여 같은 고대생인 척하려는 조 장관 딸에 대해, 어떠한 자격과 실력과 노력으로 그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연세대는 같은 날 오후 7시 신촌 캠퍼스 백양로에서 촛불을 켠다. 연세대 학생들은 '법無부 장관 조국 퇴진 촉구' '조로남불'이라고 적힌 집회 포스터를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