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일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가로등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 최태식 대표가 4일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이른바 ‘조국 펀드’ 의혹과 관련해 이상훈(40)씨와 최태식(54)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11일 모두 기각됐다. 이씨는 ‘조국 펀드’의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고, 최씨는 ‘조국 펀드’가 인수한 웰스씨앤티의 대표다. 지난달 27일 조국 법무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대대적 압수 수색 이후 속도를 내오던 검찰 수사에 일시 제동이 걸렸다. 결국 핵심 인물이자 펀드의 실소유주로 꼽히는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씨와 최씨를 심문한 뒤 같은 날 밤 9시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증거 수집도 이뤄져 있다"면서 "범행에서 관여 정도 및 종(從)된 역할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두 사람 모두 범행의 주범(主犯)으로 보기 어렵고, 자백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지난 9일 이씨와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혐의, 최씨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2017년 조 장관의 부인과 두 자녀, 처남 정모씨와 두 아들 등 6명은 코링크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14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이 전액 조씨 장관 일가에게서 나온 것이어서 ‘조국 펀드’로도 불리는 이 펀드는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출자 약정액(74억5500만원)을 부풀리는 등 금융당국에 펀드 운용 내역을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코링크PE가 운용하는 또 다른 사모펀드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를 통해 인수한 2차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 대표를 겸하면서 코링크PE가 투자한 업체들의 회삿돈 수십억원을 유용한 혐의,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관련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씨는 10억원 안팎 회삿돈에 대한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코링크PE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웰스씨앤티, WFM 등에 대한 합병·우회 상장을 추진하면서 조 장관 일가 자금을 종잣돈처럼 쓴 것은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투자 기업들 사이에서 뭉칫돈을 옮겨 다니며 투자 유치가 활발한 것처럼 외관만 꾸며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코링크PE가 투자기업들의 사업목적을 짜맞추면서, 투자금을 실제 사업에 쓰지 않고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조범동씨의 역할, 그리고 조 장관 일가의 관여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이 코링크PE의 실소유주로 의심하고 있는 조씨는 검찰 수사에 앞서 해외로 출국한 채 투자기업 관계자들과 말맞추기에 나선 통화내역 등이 폭로됐다. 법원 영장 기각 사유 역시 조씨가 주범이라는 취지여서 향후 검찰 수사도 이에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차질없이 수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