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임명장을 주면서 이례적으로 별도의 대국민 연설도 했다. 연설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 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민통합과 좋은 인재의 발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다"고 했다. '국민통합'과 거리가 먼 대표적 '코드인사'라는 지적을 받았고, 역대 어느 장관 후보자보다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조 장관을 '좋은 인재'라고 한 것이다. 조 장관 임명 반대가 찬성보다 월등히 많은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란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관련 의혹을 걸러내지 못한 청와대의 부실 검증 지적에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대신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제도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는 고위 공직자 임명장 수여식이 열리면 배우자를 함께 초청했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배우자들을 모두 초청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받았던 각종 의혹과 관련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 이유에 대해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검찰에선 "대통령이 직접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가족의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평범한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의혹의 당사자는 놔두고 제도만 고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 장관의 모교인 서울대 학생들은 촛불집회에서 "오늘 대한민국의 정의와 공정은 죽었다"며 "이건 나라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 외에 5명의 장관급 후보자에게도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2명으로 늘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조국 퇴진 행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