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시카고대처럼 대학입학 표준시험인 SAT와 ACT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어요. 앞으로 많은 대학이 지원자의 고등학교 생활을 종합적으로 정성평가 하는 선발방식에 중점을 둘 겁니다."
윤선주 EF국제사립학교 아시아 대표는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강남교보타워에서 열린 강연에서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학 입시 전략을 전했다. 글로벌교육기업 EF가 운영하는 EF국제사립학교가 주최한 이번 강연은 13~17세 자녀의 미국 명문대 진학에 관심 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했다. 윤 대표는 "고교 생활에서 어떤 역량을 키웠는지는 내신 성적과 에세이, 면접 등에서 드러난다"며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한 노력보다는 꿈을 향해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에세이·면접서 자신의 생각 담아야… 최근엔 SNS도 살펴봐
윤 대표는 국제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이수한 지원자들의 합격률이 일반 지원자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제공인 평가·교육과정인 IB는 전 세계 150여 개국 5000여개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IB를 개발·운영하는 IB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버드대 일반 지원자의 합격률은 7%이지만, IB를 이수한 지원자들의 합격률은 10%에 달한다"며 "UC 버클리의 경우, 일반 지원자의 합격률은 26%이지만, IB 이수 지원자의 합격률은 58%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학에서 IB를 이수한 학생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관심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역량을 살핀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지원자의 전방위적인 모습을 담은 에세이를 반드시 진정성 있게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에 만난 하버드대 입학사정관이 지원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필한 에세이는 100% 잡아낼 수 있다고 하더라"며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활동을 바탕으로 진솔한 에세이를 작성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지원자의 일상과 생각을 좀 더 살피기 위해 SNS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작년 하버드대 신입생 중 10명은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에서 공격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아 입학이 취소됐죠. 미국 명문대 입학을 희망한다면 온라인에 게시물을 올릴 때 신중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이를테면 법학 전공을 희망하는 지원자에게 '주차할 때 노란 선을 밟으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이 있다. 법이 시행되고 나서 아무도 노란 선을 밟지 않았다면 해당 법이 정의롭고 효과적인 법이냐'고 묻습니다. 이때,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로운 법에 대한 기준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논리적으로 답변해야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직접 쓰고 발표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죠."
◇대학 진학 후 성공하려면 중·고교 때부터 미래 역량 교육 필수
윤 대표는 더욱이 미국 명문대 입학 후 성공을 거두려면 미래 역량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노동부는 현재 학교에 다니는 학생 1명이 평생 경험하는 직업을 평균 10~14개로 예측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이때 필요한 역량으로는 ▲창의력과 혁신 ▲유연성과 적응력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협업 능력 ▲자발성과 능동성 ▲연구조사와 분석능력 ▲국제감각과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이해 ▲비판적인 사고와 문제해결능력 등을 꼽았다.
국제감각과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이해 역량은 대입에서도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윤 대표는 "많은 해외 명문대학은 모국이 아닌 타 국가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국제학생을 선호한다"며 "이들이 이미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표는 국제적인 경험이 있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특히 윤 대표는 하버드 로스쿨 재학 시절 경험담을 바탕으로 비판적인 사고와 문제해결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느 날, 강의에서 들은 설명을 바탕으로 과제를 작성해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은 수업에서 논의한 내용을 '베껴 썼다'고 지적하며 다시 써오라고 하더군요. 교과서 내용을 달달 외우고, 수업 내용을 짜깁기하느라 바쁜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 진학하고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죠. 이러한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야 대학 진학 후에도 어려움 없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영국 토베이와 옥스퍼드, 미국 뉴욕에 캠퍼스가 있는 EF국제사립학교는 IB 중심 커리큘럼과 다양한 동아리활동, 인턴십 등을 통해 학생들이 앞으로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윤 대표는 "토론·발표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 중심 교육과정이 특징인 IB를 통해 학생들이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이제는 새로 등장하는 직업에 대비하는 교육을 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2010년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던 직업 10가지는 2004년에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직업이었죠. 이처럼 불확실한 시대에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미래 사회에 대비한 역량을 길러야 해요. 꿈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에 따라 앞으로 자녀의 삶이 달라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