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요?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기분이 최고로 좋을 때 저희 영화를 본 게 아닐까요?"
5일 오후(현지 시각) 영화제가 한창인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김경래(33·사진) 감독에게 영화제 초청 비결을 묻자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답했다. 그가 연출한 16분짜리 단편 영화 '모래'는 올해 칸 영화제 단편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제76회 베네치아 영화제 오리종티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베네치아 영화제 상영작을 통틀어 유일한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모래'는 16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강원도 여행을 떠난 남녀가 주인공. 사랑하는 사이인 남녀는 간밤의 기억을 떠올린다. 한바탕 다투다 함께 저녁을 먹고선 지나가는 말처럼 곧 있을 할머니 팔순 잔치에 가는지 묻는다. 혈연관계라는 암시다.
김 감독은 "결과적으로 '금기'에 관한 영화가 됐다"고 했다. "어딘가에서 어려운 사랑을 하고 있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그 관계에 대해 말하려고 했어요. 사람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처럼 흩어질 수도, 물을 머금은 모래처럼 단단하게 뭉칠 수도 있지요."
영화 전공자는 아니지만 대학 입학 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졸업하고 7년 동안 강의 촬영·편집 일을 했다. 지난해 결혼하면서 직장을 관뒀다. "마음이 동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죠." 아내와 함께 광고 프로덕션을 차리고 틈나는 시간에 영화를 찍는다.
7일 폐막식 날 시상식이 있을 예정이다. 수상 가능성을 묻자 김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이번이 제 첫 유럽 여행이에요. 아내와 리도섬 한 바퀴 산책하고 맛있는 카르보나라 먹는 게 남은 베네치아 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