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비밀리에 러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지난 4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고 있는 동방경제포럼에 북한 리룡남 내각 부총리가 참석하고 있는 만큼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조율 작업 차원의 방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정 실장이 지난 4일 국방부 실무자 등과 함께 출발해 러시아에 도착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3국을 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실장이 대신 동북아 주변국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정 실장이 동방경제포럼에 북한 대표단장으로 참석한 리룡남과 접촉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권에선 10월 전후로 미·북, 남북대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11월 말 부산에서)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함께 모인 자리에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하는 기회를 가진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매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리룡남은 이날 "남조선(한국)이 말이야,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에 명기된 사항들을 이행해야지, 안 하니까 그게 할 수가 있어?"라고 했다. 리룡남은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나 남북대화와 경제 협력에 대해 "남측이 뭐 잘해줘야죠"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